[데스크칼럼] 노랫말 욕설 강력한 제재 필요
기사입력 1997년 05월 12일 14시 59분
미국의 과격한 흑인 래퍼들이 유행시킨 갱스터 랩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부른 그룹이 국내에도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룹 디제이 덕이 새로 내놓은 싱글 CD에 게릴라처럼 숨겨놓은 신곡 `삐걱삐걱'에서 점잖지 못하고 천한 단어를 노랫말로 사용한 것.
정치가들의 싸움을 `정치하는 아저씨들 맨날 싸워요. 한두명 싸우다 결국 개판이 돼요'라는 내용의 노랫말로 비판하다가 `삐걱삐걱대며 돌아가는 세상. 거지같은 세상. X같은 세상'하고 적나라하게 노래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된 단어가 `X'. 성인 남자의 성기를 뜻하는 비어를 사용해 신문에는 도저히 그대로 옮기지 못한다.
이 곡에서 이 비어는 한번 더 사용됐다. `X나 잘해요'하고 노래한다. 아니, 노래가 아니고 랩이니 야유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인지 모른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보수적인 어른들은 못된 가수들이라며 혼내야 한다고 야단이다. 또 이 그룹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많으므로 법적으로 제지해 이 노래의 전파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이 노래가 방송될 염려는 별로 없다. 방송사마다 자체 심의를 거쳐 노래를 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노래가 담긴 CD는 이미 1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이 노래를 찾아 들으며 흉내내고 배우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또 이 노래를 만들어 부른 디제이 덕을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개정된 음반과 비디오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음반의 사전심의는 불가능하지만 사후심의로 제지할 수 있는 각종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설령 문제가 된 비어가 노랫말로 용인된다 해도 디제이 덕이 CD표지에는 4곡을 수록한 것처럼 인쇄해놓고 제3의 `삐걱삐걱'을 다섯번째 곡으로 19개의 빈 트랙중 하나인 18번째 트랙에 숨겨놓은 것 자체도 불법행위라고 지적하는 인사도 있다.
음반에 비속어를 사용해 사회적인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해체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지난 95년 10월 4집 `컴백홈'을 내며 수록곡중 `필승'에 음반의 사전심의 때는 없던 "널 죽일거야", "빌어먹을" 등의 구절들을 게릴라처럼 삽입해 물의를 일으킨 예가 있다.
시간과 법률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물의를 일으킨 두 그룹 다 비속어와 욕설을 노랫말로 사용하는 `갱스터 랩'을 표방하는 공통점을 갖고 물의를 일으킨 디제이 덕에게 사회적이고 법적인 책임을 강력하게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더 심한 욕설을 노랫말로 사용하는 새로운 그룹이나 가수의 등장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