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놀] '라데가 환생했나'
기사입력 1997년 05월 12일 14시 31분
"더이상 나를 라데와 비교하지 마라."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강철(鋼鐵) 핵폭탄' 코놀（25．우크라이나）이 자존심 회복을 선언하고 나섰다.
백넘버 텐（10）을 비롯, 외모나 플레이 스타일까지 꼭 닮아 `라데 유사품'이란 달갑잖은 평가를 감수해야 했던 그가 이제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코놀은 11일 유공과의 97라피도컵 정규리그 3차전서 후반 10분에 교체투입돼 35분간 그라운드에 나서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쳐 팀에 5대2 대승을 선사했다.
3골로 정규리그 득점 단독선두. 아디다스컵을 포함하면 올시즌 7골 1도움으로 용병가운데 최고 성적이다.
7월 입단이후 13게임에 1도움이 고작이었던 지난해에 비한다면 일취월장한 기량이 아닐 수 없다.
이날 포항 전용구장을 찾은 7천여 홈팬들은 질풍 드리블과 탁월한 골감각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라데가 환생한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무모하다싶을 정도의 적극적인 대시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파괴력 높은 돌파, 호쾌한 골결정력은 관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코놀은 27분 박태하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32분엔 수비수 3∼4명을 추풍낙엽같이 따돌린 뒤 시원스런 쐐기포를 터트렸고 42분에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특히 오른쪽 발가락에 염증이 생기는 최악의 컨디션임에도 팀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 자청해 출전하는 투혼 또한 돋보였다.
크로아티아 국가대표출신으로 65만달러（약 5억8천500만원）의 거액 몸값.
당초 포항은 코놀을 주공격수인 라데（보스니아）의 향수를 달래줄 `말벗'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 그는 라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당당히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