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철] 버섯에 담은 생명의 신비로움
기사입력 1997년 05월 12일 14시 07분
"버섯을 에로틱하게만 보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창조주의 깊은 사랑과 생명, 인간구원의 섭리를 느낍니다."
31일까지 워커힐미술관(450－4666)에서 초대전을 갖는 작가 심영철씨(40．수원대 교수).
그동안 버섯을 주소재로 조각과 설치작업을 해온 그는 이번에도 다시 버섯을 주소재로 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버섯을 관찰하면 할수록 사람과 닮은 것을 봅니다. 2천년대 공해 치유의 주효 식품이면서도 독을 가진 것도 있잖아요. 또 바람에 포자가 날아 고목나무 등에 움을 틔우지만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지요."
버섯 무리가 마치 고개를 떨군 사람처럼 있는 모습은 때로 가족처럼, 연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울긋불긋한 독버섯을 보면 위선으로 포장한 인간을 느끼기도 한다는 작가는,
나약한 듯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의 버섯을 보면서 `자신'을 느낀다고 말한다.
버섯이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91∼92년경.
"당시 개인사로 쓰라린 아픔을 겪던 어느날이었어요. 자연속에서 이슬을 머금은 채 돋아난 버섯을 발견하고 문득 절대자의 섭리, 생명의 신비를 크게 깨달았지요. 그후 저는 한동안의 슬럼프를 벗고 버섯의 조형작업에 매달려 새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듯 버섯을 매만져 온 그는 이번 전시에도 버섯을 주요 오브제로 창조주를 향한 사랑, `구원'과 `생명'의 메시지를 표현한다.
`섭리'를 주제로 `아름다운 그님'을 제목으로 한 버섯무리, 전자정원, 노아의 방주 등 세부류의 작품을 출품하는 것.
제목은 같지만 작품들은 이전보다 기하학적 조형성이 강조됐다.
`버섯무리'는 인간군상 같은 작품이며, `전자정원'은 정원의 나무와 풀사이에 버섯형태의 철조각 목조각을 세우고, 강렬한 네온, 모니터 등을 설치한 화려한 설치작품.
또 `노아의 방주'는 작은 배와 버섯을 이용, 출애급기 내용을 형상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