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조직강화 (2)
기사입력 1997년 05월 12일 13시 50분
돈의 위력은 대단했다.
허원행은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이뤄 냈다.
`비젼 21'의 창간, 사회과학연구소의 창설, 그리고 판매망 구축.
대선을 앞둔 적당한 시기의 창간은 분명 바람을 몰고 올 것이며 1∼2년만 지나면 국내 최고의 시사주간지 `주간조선'이나 `일요신문'에 버금갈 그런 시사주간지로 선정될 것이다.
시간이 촉박해 신문을 먼저 만들고 그 여세를 몰아 필진을 보강할 것이다.
`비젼 21'이 창간 준비를 한다는 소문이 채 퍼지기도 전에 창간 리셉션이 열린다는 소문이 먼저 퍼졌다.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거야."
"대권주자 누가 미는 게 아냐?"
"잡지를 보면 알겠지."
무성한 소문속에 마침내 창간 기념 리셉션이 열리게 되었다.
청와대는 이미 `한보 부도처리 불가피의 결정을 내렸고, 이틀 뒤에는 이를 결행할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미루면 미룰수록 은행의 돈은 바닥이 나고, 그 책임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경제는 바닥이 나고 민심은 이미 분노로 바뀐지 오래 되었다.
이러한 무거운 청와대의 분위기에 비해 `비젼 21'의 창간은 그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기존 전문지 못지 않는 정보망에 필진까지 보강되어 바람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스타호텔의 대연회장.
이 연회장을 향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 들었다.
초청받은 대권주자들은 국민들과 매스컴에 얼굴을 내밀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앞으로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기꺼이 참석하게 되었고, 대권주자가 뜨면 방송은 자연 따라붙게 마련이다.
특히 여．야 대권주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리셉션에 참석토록 인사를 드려 급한 사정이 있는 몇 분을 제외한 용(龍)들이 대거 몰려 들었다.
우아한 한복 차림의 장혜정이 정．재계 거물들 사이를 누비며 바람을 일으켰다.
정계의 주목 받는 인물로 부상한 허원행. 그는 축하 인사차 찾아온 정계 거물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인사를 나누었다.
"감사합니다. 잘 지켜보아 주십시오."
"영광입니다."
"후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이러한 정중한 인사의 답은 허소장을 더욱 감격하게 만들었다.
"허소장,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축하합니다. 어려울 때 창간하신 용기 대단합니다."
"언제든 찾아오세요."
3당 대표의 축하 인사와 대권을 꿈꾸는 정치 거물들은 서로의 야심을 가슴에 깊숙이 감춰둔 채 다정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음식을 들었다.
이들 중 한명은 올 겨울 대통령에 당선되어 청와대를 예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