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 관전평]박찬호, 위기관리능력 돋보여
기사입력 1997년 05월 12일 00시 24분
1회초 첫 타자 그루질라닉에게 연속 3개의 볼을 내줘 불안을 보인 박찬호는 가운데 직구로 첫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다시 빠른 직구로 중견수 플라이를 잡아내 첫 타자를 처리했다.
2회초 4번 타자 로드리게스를 삼구 삼진으로 잡은 것을 비롯, 5회까지 박찬호는 첫 타자 5명을 삼진 두개와 범타 3개로 잡았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초구 스트라이크와 첫 타자를 잡는 것임을 상기할 때 지난 시즌에 비해 놀라운 발전이다.
6회에 첫 타자 글루질라닉에게 안타를 내준 박찬호는 1사후 3번 강타자 화이트를 낮은 직구로 유격수 땅볼로 유도, 위기를 쉽게 벗어났다.
7회초에도 첫 타자 로드리게스를 4구로 내보내 불안했으나 후속 두 타자를 외야플라이로 잡은 후 좌타자 오술락의 강한 땅볼을 잘 잡아 침착하게 1루에서 잡아내 7 이닝 동안 단 한명의 주자도 2루까지 진루시키지 않았다.
도망가는 투구가 전혀 없었으며, 위기에서는 오히려 과감한 인코너 승부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노련함도 과시했다.
5회에 터진 안타도 박찬호로서는 큰 플러스.
빌 러셀 감독은 이날도 경기 후 박찬호의 타격을 칭찬했다.
투수도 타석에 나서야하는 내셔널 리그의 규정에 따라 투수가 잘 쳐 준다면 팀에도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상대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게돼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 회견장에서 보여준 의젓한 모습도 박찬호의 성숙도를 느끼게 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아쉬움 대신 팀의 승리에 대한 기쁨을 앞세웠으며, 지난 경기는 깨끗이 잊고 다음 게임에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즌초만 해도 아직 신인인 박찬호가 조만간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코칭 스태프의 불안감이 이제는 `등판시키면 승리를 불러온다'는 믿음으로 변하고 있다.
박찬호의 급격한 발전이 놀라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