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탐사발길 몰린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11일 15시 24분
거대한 강줄기도 첫 시작이 있다. 아주 평범한 장소에 불과하지만 `기원' `발원지'라는 표지판을 보면 경외감 때문인지 새롭게 보인다.
강원도 태백시엔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가 있어 휴가철이나 연휴 때면 탐사여행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태백시가 테마여행 상품으로 기획하고 있는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를 답사했다.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
1천300리를 굽이쳐 흘러내리는 영남 사람들의 생명줄 낙동강. 그 발원지는 깊은 계곡의 작은 웅덩이(沼)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곳은 태백시 중심가의 근린공원.
나무 그늘아래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야외수업 나온 유치원생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낙동강 1천300리 예서부터 시작되다'라는 기념 돌표지석만 없으면 영락없는 한적한 도심 공원에 불과했다.
이곳 관리인 이종봉씨(61)는 "연못은 둘레 100m의 상지와 50m의 중지, 35m의 하지 등 3개로 구성돼 있으며 하루에 3천∼4천t의 물이 쉴새없이 솟아나고 있다"며 "한국 명수 100선중 한곳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한다.
물이 맑아 수심 4m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 평균 수온은 11도. 손을 담그니 이내 차가움이 전해졌다.
낙동강 하류는 오염돼 식수원으로 부적합하다는 말이 많지만 발원지는 최상급수의 수질을 자랑하고 있다. 연못속에는 최상급수에만 산다는 버들치 수백마리가 떼지어 다니며 따사로운 햇빛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태백 시내에서 10여㎞ 떨어진 화전1동 입구. 여기서 다시 6.8㎞의 비포장 도로를 올라가야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가 나온다.
화전1동 입구에서 약 3㎞ 떨어진 검룡소 휴게소까지는 시내버스가 다니지만 이곳에서 검룡소까지는 교통편이 없다. 승용차로 가더라도 검룡소 입구서 1.8㎞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차량 통제막이 설치된 검룡소 입구서 작은 계곡길을 따라 30여분 올라가니 검룡소(儉龍沼)라는 글귀가 적힌 일주문이 나타난다.
그 옆 둥근 바위에 적혀있는 `태백의 광명정기 예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라는 검은 글귀는 뭉클한 감동마저 전해준다.
야트막한 바위를 타고 30여m를 올라가니 나타난 발원지는 둘레 20m의 조그마한 샘. 한강의 발원지라는 수식어가 없었다면 영락없이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곳이었다.
물은 얼굴이 휜히 비칠 정도로 맑디 맑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샘 주변에 둘러앉아 오염되지 않은 한강수를 두손으로 받아 감격스럽게 들이키기에 바쁘다.
깊이를 앞 수 없는 샘 중앙부에선 석회암반을 뚫고 지하 깊숙이서 샘솟는 하루 2천여t의 물이 송골송골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아득한 옛날부터 샘물은 바위를 타고 내려가 이제는 폭 50여㎝, 깊이 50∼100㎝ 정도로 푹 파여 작은 계곡을 이룬뒤 다시 높이 20여m 폭포로 떨어진다.
폭포수 아래 하얀 포말을 이루며 힘차게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한강수. 앞으로 514㎞를 쉬지 않고 달려 망망대해로 흘러갈 수도권 시민들의 생명수라는 생각에 뭉클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가는 길＝서울에서 태백까지는 열차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태백선을 경유하는 영동선을 타면 제천 영월 증산 사북 등지를 거쳐 태백역에 다다른다. 청량리역에서 새마을호를 탈 경우 태백역까지는 약 4시간이 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