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 '내가 못던졌으면 억울하지도 않으련만..'
기사입력 1997년 05월 10일 15시 32분
푸닥거리라도 한번 해야 할까.
현대 에이스 정민태（27）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운에 울고 있다.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가 없다.
지난달 12일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첫승을 따낸뒤 한달 가까이 1승도 추가하지 못한채 어느새 3연패를 떠안았다.
9일 인천 롯데전은 `아！ 정민태' 시리즈의 하이라이트.
낮경기만 계속 걸리는 로테이션을 바꾸기 위해 3일만 쉬고 하루 앞당겨 등판한 정민태는 최고시속 148㎞의 `불덩어리'를 몸쪽에 팍팍 꽂아댔다.
탈삼진 8개, 2안타로 찍어눌렀지만 결과는 0대1 완투패.
8회초 롯데 5번 김응국에게 빗맞은 행운의 2루타를 맞고 이어진 희생번트 2개에 무릎을 꿇었다.
올시즌 `불행의 서곡'은 2번째 등판인 지난달 17일 부산 롯데전.
연장 10회까지 4안타 1실점으로 역투했지만 1-1의 균형이 깨지지 않자 11회 정명원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결국 현대는 3대5로 역전패 하고 말았다.
23일 LG전에서는 초반 결정적인 내야실책 2개 때문에 6실점（2자책） 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30일 한화와의 더블헤더 1차전은 6회초까지 4-1로 앞서 모처럼 웃어보나 했지만 6회말 강풍에 실려 넘어간 이영우의 2점홈런 1방에 4대4 무승부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 9일 롯데에 0대1로 진 뒤 현대 선수들은 모두 석고상처럼 굳어있었지만 딱 한사람 정민태만 웃고 다녔다.
"할 수 있나요, 공이 좋았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웃음소리 뒤에 속이 푹푹 썩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