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방망이는 무죄'
기사입력 1997년 05월 10일 15시 32분
"내 방망이 돌리도！"
지난 9일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부정방망이' 시비가 무혐의로 일단락되자 삼성 김태균은 `본전생각'에 가슴이 쓰리다.
지난 5일, 94년 입단후 처음으로 하루 2개의 홈런을 친 기쁨도 잠깐.
애꿎은 자신의 방망이가 KBO（한국야구위원회） 제출용 샘플로 지정, 톱으로 잘리는 비극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구단에서 보상해 줄까요?"
사실 돈보다는 이미 `불귀의 객'이 돼버린 `효자 방망이'를 잃은 아픔이 더 컸다.
삼성 정경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한국 프로야구 초유의 기록인 연타석 만루홈런을 쳐놓고도 가슴을 졸인지 4일.
"절대 그런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언론에서나 주위에서 워낙 크게 문제삼으니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이제서야 묵혀둔 속내를 하나씩 털어놓는다.
"그러면 그렇지, 엉터리 방망이니까 그런 기록도 나올 수 있는 거야"라는 주변의 비아냥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는 고백이다.
이승엽도 또다른 피해자.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만난 아끼는 후배 LG 손지환에게 자신의 방망이를 "고졸선수끼리 잘해보자"는 뜻에서 선물했건만 난데없이 LG의 `증거품'으로 돌변, 난처한 입장에 처했던 것.
`부정 방망이' 의혹이 풀린 것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포수 김영진.
지난 95년 입단후 작년까지 단 1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한 김영진은 "마, 너가 홈런을 치니까 의혹을 받는거야"라는 동료들의 농담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