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기] 이승희의 '나의꿈 나의삶' (14)
기사입력 1997년 05월 10일 15시 31분
컴퓨터 모니터 상의 여인이 고혹적인 미소를 보낸다.
군살 하나 없는 아름다운 몸매, 길고 윤기나는 검은머리, 유혹적인 입술. 신비로운 동양여인의 모습이다.
그 동양여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세계의 네티즌들은 매일밤 `SUNGHILEE'의 사이트를 찾는다.
나는 사이버 공간에서 섹슈얼한 환상을 찾아 헤매는 네티즌들을 사랑한다. 모니터상의 나는 카메라에 포획된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하지만 네티즌들은 그런 나를 여신으로 숭배한다.
그들은 나를, 나의 몸을 사랑하고 나 또한 그들을 사랑한다.
올해 밸런타인 데이 때는 TV쇼 `엑스트라'에서 3일간 특집기획을 마련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델 3인을 선정, 시청자들과 컴퓨터 통신상의 온라인 대화를 나누는 기간을 계획한 것이다. 나 역시 선정됐다. 그것도 마지막 날에.
그건 내가 그들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도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나는 새삼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인터넷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내가 아시안 최초의 `플레이보이' 커버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에서 나를 본 수많은 네티즌들이 나를 커버걸로 쓰라고 열렬히 요청한 때문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들 네티즌 가운데 3분의2 이상은 동양인이 아닌 미국인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미의 기준이 변하는 모양이다. 블론드의 글래머 미인에서 아시안 미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점점 아시안 모델들이 선호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안 모델들은 대부분 서양식 이름을 쓰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어린시절 미국에 와서 나는 산드라라는 이름을 썼다. 그러나 대학생이 된 뒤로 나는 원래의 이름인 승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사람인 내가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버리고 구태여 미국 이름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승희로 태어났지 산드라로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승희(承喜)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