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예순살의 색깔있는 외도
기사입력 1997년 05월 09일 15시 24분
우리시대의 대표적 수묵화가 남천 송수남화백（59）이 회갑을 앞두고 화려한 외도를 했다.
수묵작업의 틈새로 색（色）을 써서 만들어온 소품들을 난생 처음 화랑에서 선보인 것.
8일 오픈,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예나르（739－4200）에서 갖는 `자연과 명상'전이 그것으로, 전통 목기인 작은 모반과 함지박에 아크릴 컬러로 그린 작품 50점을 내놓았다.
남천 목기에 직접 그림을 그린 것은 10년전부터. 이번 전시회는 그의 소품들을 탐내온 화랑과 제자들이 회갑기념전으로 멍석을 깔았다.
"아무 장식이 없는 목기는 한국미의 본질인 `단순함'을 그대로 담고 있어 오래전부터 좋아했어요. 그래서 수집도 꽤 하고 소품도 더러 만들어왔던 거지요."
69년 첫개인전 이후 수묵화운동의 중심으로 왕성한 실험정신을 보였던 그는 한때 장식성 짙은 발색 산수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75년 스웨덴 전시후 `수묵만이 한국화의 살길'이라며 수묵으로 회귀했다.
"물론 자제해온 색에 대한 갈망도 있었지요. 또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산을 주로 그리면서 자연주의 정신의 회복을 외치고 싶었어요."
그런 화가의 마음은 `둥근 세상 둥글게 살자' `모두가 헛것이네. 술이나 한잔하고 가게나' 등 재미있는 소제목으로 달려있다.
한편 9에는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379－3994）에서는 명상과 사색을 바탕으로 한층 절제되고 단순해진 근작 수묵화 26점이 선보였다.
회갑기념 자료집 `우리 시대의 수묵인 남천'을 내고, 전시를 열어준 제자들에게 `고맙다'는 남천화백은 "이제야 단순한 한국미의 본질에 다가간듯 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