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기] 이승희의 '나의꿈 나의삶' (13)
기사입력 1997년 05월 09일 15시 24분
열일곱살, 헬스클럽에서 접수원겸 에어로빅 강사로 일할 당시였다. 나는 한살 어린 여자 수강생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어느날 그녀의 친구가 찾아왔다. 그가 나보다 여섯살이 많은 케빈이었다. 그는 군인이었다. 차가 없었던 나는 그들과 동승했다. 케빈과 나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고 나중에는 식사도 함께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케빈은 차에 나만을 태우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케빈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1주일에 한번은 학교를 빼먹은 채 케빈과 함께 쇼핑을 다니고 식사를 하며 영화를 보았다. 수업이 끝나면 케빈이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어두워지기 전까지 그와 함께 놀러다녔다.
얼마뒤 우리는 서로의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도 드렸다. 만난지 5달만에 그는 내게 청혼을 해왔다. 나는 예스라고 대답했다. 막 열여덟살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나는 왜 그를 사랑했을까. 나를 위해주고 나를 사랑해주었으므로. 그러나 그는 거짓말을 했다. 출장을 간다고 해놓고선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했다.
내가 너무 아름다워 다른 여자는 보이지도 않는다던 그는 사실은 대여섯명의 여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내 아파트의 납입금을 떼어먹기도 했다. 헤어졌다. 끔찍한 경험이었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앤소니가 생각난다. 나는 청바지를 사다 그를 처음 보았다. 나는 첫눈에 반해 옆에 있던 동생 승재에게 중얼거렸다.
"오, 세상에, 저 남자좀 봐！ 너무 귀여워！"
학생이었던 그는 청바지 매장의 직원이었다. 나는 19세였고, 그는 21세였다. 우리는 곧 두세 시간씩 전화를 하는 전화데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학생이면서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일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힘겨웠다. 피차 타이밍이 안좋았다. 우리는 3년뒤 헤어져야 했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를 생각한다. 지금도 옛날, 그의 전화번호를 기억한다.
보디빌더를 연인으로 둔 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나를 통제하려 들었고 독점하려 들었다. 또한 케빈과 마찬가지로 거짓말쟁이였고 나몰래 다른 여자들을 만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