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강좌] 웃으며 일합시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08일 15시 11분
최근 동원증권 연수실에는 때아닌 웃음 꽃이 피었다.
"밝은 대낮에 쫓겨나는 것은 명태, 한 겨울에 쫓겨나는 것은 동태, 황당하게 쫓겨나는 것은 황태라고 하죠. 그리고 퇴직금 못받고 쫓겨나는 것은 생태, 한 팀이 몽땅 쫓겨나는 것은 굴비 아닙니까. 그럼 입사하자마자 쫓겨나는 것은 무엇일까요."
순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원들.
하지만 이내 강사의 `알탕'이라는 말에 한바탕 폭소를 터트린다.
최근 불황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앞다투어 `웃음강좌'를 열고 있다.
2년째 유머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진배씨（39．유머개발원 원장）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쉬는 날 없이 기업체로 강의를 다니고 있으며 `신바람 건강학'의 황수관박사（52．연세대 의대교수）는 몰려드는 기업체들의 강의요청을 다 들어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과거에는 여성단체나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던 웃음강의가 요즘 들어 삼성, 현대, 대우 등 대기업은 물론 신한은행, 국제화재, 우림제지 등 금융권과 중소 제조업체들에게도 유행하고 있는 것.
이렇듯 기업들 사이에서 갑작스레 유머강좌가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웃음이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
동원증권 교육부 규자종대리（31）는 "불경기가 계속되자 직장 내에서는 물론 고객과의 만남에서조차 경직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 같아 웃음강좌를 마련했다"며 "강의를 듣고 난 뒤 업무 분위기도 좋아지고 영업실적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체 웃음강의에서는 유머 화술과 상대방을 웃길수 있는 표정, 유머를 만드는 법 등은 물론 유머의 소재를 발굴하는 방법도 체계화해 직장인들이 알기 쉽도록 가르치고 있다.
"정태수씨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 넣는 방법은 첫째가 머슴에게 시킨다, 둘째는 `모립니다', 셋째는 실어증세를 보인다. 반면 YS는 김현철씨에게 시킨다는 것."
"정치와 프로레슬링의 공통점은 선수들은 열심히 하는 척 하지만 결국 서로 짜고 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근심거리인 명예퇴직이나 국회청문회 등의 정치이슈는 좋은 유머소재라는 뜻.
유머강사 김진배씨는 "불경기 타개책으로 유머강의를 요청하는 기업체들이 늘고 있어 이미 6월 중순까지의 강의예약이 끝난 상태"라며 "최근의 침체된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던 직장인들이 유머강의를 듣고 활기를 되찾는 경우가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