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감정 앞세운 '부정배트 시비'
기사입력 1997년 05월 08일 14시 42분
프로야구가 부정 배트 시비로 혼란스럽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물론 의문을 제기한 LG, 문제의 표적이 된 삼성까지 한결같이 엉성한 일처리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빙성 있는 과학적인 자료를 제출하기 보다 감정을 앞세우거나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LG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대구 원정길에서 만난 삼성과의 3연전에서 무려 17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49점을 내줬다.
그러자 천보성감독은 삼성 선수들이 사용하는 미즈노 방망이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공식적으로 KBO에 `부정 배트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백인천감독과 LG 천보성감독은 계속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는 말을 일삼았다.
숱한 의혹을 갖고 있는 팬들이 야구인까지 정치인이나 시정 잡배로 의심하게 만든 셈이었다.
KBO의 일처리는 조급증 환자였다.
근본적인 원인 찾기나 대책 마련도 하기 전에 야구 기념관에서 영구 보존돼야 할 역사적인 연타석 만루홈런 방망이를 난도질하는 용감함으로 사태를 진화시키려 했다.
더군다나 문제를 제기한 LG 구단에는 아직까지 아무 답변도 하지 않는 배짱을 보였다.
반면 LG는 공식기관인 KBO의 회신이 없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부정 배트 시비를 넘기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8일 최종준단장이 KBO 박종환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부정 배트 방지를 위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듣는다면 문제를 일단락한다는 입장이다.
공청회 운운하며 여전히 서슬이 시퍼런 감독과 구단의 손발이 맞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은 의혹의 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나름대로 정확한 구입 과정 등을 증빙서류와 함께 공개해야 했다.
벌여놓은 문제를 명확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면 프로야구의 발전은 또다시 한걸음 물러서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