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의나고야통신] '박찬호 파이팅'
기사입력 1997년 05월 08일 14시 40분
요즘은 정말 좋은 기분이다.
겨우내 열심히 훈련한 대가로 9세이브로 센트럴리그 구원 1위를 달리고 있고 작년 부진으로 실추됐던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있는 일본과 거대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도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분이 좋다.
작년 시즌 5승을 거뒀고, 올시즌에도 선발로 나가 2승을 거뒀다는 것을 한국과 일본 신문을 보고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투구내용도 좋고 또 팀의 연패를 끊는 등 공헌도도 높은 것을 보니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한 `코리언 특급'으로 자리잡았음을 알겠다.
찬호하고는 고향도 출신학교도 틀려 야구 후배라는 점 외에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
나이도 나는 81학번이고 찬호는 요미우리에 와있는 고려대 후배 （조）성민이와 동기인 92학번이니 11년 차이가 난다.
그러나 물설고 낯설은 외국땅에서 함께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에서 심정적인 가까움을 느낀다.
나도 지난 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세계무대에 이름이 알려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85년 해태 입단때도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어 실업팀 한국화장품 행을 결정했고, 전라도 팬들로부터 항의를 넘어선 협박전화까지 시달린 끝에 후반기부터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와 메이저리그 첫승을 거둔 찬호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2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에서 털털거리는 장거리 이동버스 안에서 `눈물젖은 햄버거'를 씹으며 고생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나도 작년에 야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 겪는 부진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었다.
찬호의 승리 소식은 이곳 일본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첫승 때는 스포츠호치 신문에서 LA특파원발 기사로 "박이 팀을 구했다"는 제목을 달아 5면의 톱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찬호는 나보다 젊기 때문에 야구를 할 날이 앞으로 창창하다.
LA다저스의 한국인 투수나 제5선발이 아니라 제1의 선발투수, 나아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하길 바란다.
올겨울 한국에서나 아니면 내가 현역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 밤을 새며 얘기를 나눠보자.
찬호 파이팅！
멀리 일본에서 야구와 인생의 선배로서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