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기] 이승희의 '나의꿈 나의삶'
기사입력 1997년 05월 08일 14시 37분
오늘은 `이승희의 남자친구들'에 대해 얘기하겠다.
고등학교 때까지 나는 조용한 아이였다.
산드라라는 이름을 썼고 얼굴 또한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예쁜애라기보다 우등생에 가까웠다. 그때 만났던 아이들은 아마 학창시절의 `산드라 리'와 `이승희'를 연결시키지 못할 것이다.
내년이면 고교졸업 10주년 동창회가 열린다. 그 자리에 꼭 참석하고 싶다.
나는 늘 전학과 이사를 되풀이했기 때문에 졸업한 뒤로 친구들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다들 어떻게 변했을까? 어쩌면 내가 가장 유명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또 모르겠다. 한사람쯤은 남몰래 나를 좋아했었다고 추억을 말해올지.
그 시절 한동네에 살던 마이크가 생각난다.
그 아이는 미식축구선수였다. 복도에서 항상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내 라커로 찾아오기도 했고, 쪽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서로 호감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아버지가 워낙 엄격하셨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눈이 매우 나빠 두꺼운 안경을 썼지만 수업시간 외에는 벗었다. 그때는 예쁘게 보이는 것이 안보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다.
하이스쿨 1학년 때는 한국남자애를 좋아한 적도 있다.
이름은 존. 같은 한국인이었지만 이민 2세였다. 우리말도 `김치' 정도 밖에 몰랐다.
학교 테니스선수였던 존은 테니스 라켓 모양의 작은 반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몰래 내게 전화도 했다. 어른이 받으면 "트레이시네 집이죠?"하고 얼렁뚱땅 끊어버렸다.
그러나 내게도 이런 풋사랑말고 첫키스의 기억을 남긴 달콤한 사랑이 있다.
나는 주니어하이스쿨에 다니고 있었고, 상대는 리라는 애였다. 우리는 함께 걷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를 주고 받으면서.
건물 뒤를 지날 때였다. 리가 나를 보는 것이었다. 나도 리를 보았다. 그리곤 리가 내 입술을 가져갔다. 그것이 첫 키스다.
물론 영화 속의 키스처럼 정열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부드럽고, 달콤했다. 난 1주일 내내 그 키스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