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슈킨의비밀일기] 병적 탐닉-환락의 인생고백
기사입력 1997년 05월 08일 14시 26분
푸슈킨（1799∼1837）의 비밀수기가 출간됐다. 그가 사망하기 직전 1년간 기록한 이 `푸슈킨의 비밀일기'（작가정신）는 러시아판 돈 환의 `성애일기'다.
31세때 나탈리야와 결혼하기 직전까지 그는 "하루에 다섯명의 여자를 상대"했으며 "정열은 졸음에 빠질 새가 없었고, 다양한 여자들을 쫓아다니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였다"고 고백한다.
아내는 113번째 사랑이었다.
심지어 그는 아내의 언니들을 보면서 처가를 환락의 집으로 만드는 상상까지 했었다고 실토한다.
`대위의 딸' `예브게니 오네긴' 등의 작품과 주옥같은 시편들로 기억되고 있는 위대한 작가의 내면에는 이런 병적인 탐닉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피가 타는 듯한 정열로 나탈리야와 결혼했지만, 그는 1개월뒤 침대에서 아내가 방귀를 뀌자 조용히 돌아누웠다는 구절까지 남겨놓았다.
Z라는 여인에 대한 고백부분은 사드의 어떤 소설과 흡사할 정도.
Z가 그의 연인이 되었을 때 그는 첫날밤에 일곱번이나 사랑을 나눴고, 그녀는 스무번이나 절정을 느꼈다고 실토한다.
그녀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푸슈킨은 남자를 대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푸슈킨은 관음증이 있어 매음굴에 가게 되면 몰래 엿보기도 했다.
이런 에피스도 말고도 그의 고백은 충격의 연속이다.
죽음조차도 사실은 여자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동서이자 연적인 단테스와 결투를 벌였고, 치명상을 입어 결국 죽음을 맞게 됐다.
일부에서는 이 고백록의 진위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방탕하고 숱한 여인들의 뒤를 쫓아다녔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의 생애는 짧았지만 강렬했다. 그는 고백록에 이런 변명을 남겨두고 있다.
"시인은 전율 없이는 살 수 없으며, 원래 결혼이라는 세계에서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