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멀티미디어 결혼식' 등장
기사입력 1997년 05월 07일 15시 19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예식장.
결혼식이 시작됐지만 신랑 신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실내가 어두워지며 단상에 있는 큰 화면이 나타난다.
잠시 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신랑의 어린시절 사진이 비춰지자 식장은 이내 웃음바다로 변한다.
화면에서는 계속해서 신랑신부의 성장과정과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영화처럼 흐르고 하객들은 잠시도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최근 `멀티미디어 결혼식'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멀티미디어 결혼식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클럽의 경우 불과 두달동안 90여쌍이 이런 새로운 형식의 예식을 치러 신세대 부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 4일 멀티미디어 결혼식을 올린 한은경씨（24）는 "일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을 남들과 다르게 치르고 싶어서 고민한 끝에 멀티미디어 예식을 택했다"며
"처음에는 주저하던 부모님은 물론이고 식을 지켜본 하객들의 반응도 의외로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멀티미디어 결혼식이란 기존의 식순에 멀티비전, 컴퓨터 등을 이용한 특별식순을 추가해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웨딩 이벤트를 연출해 내는 것.
주로 예식 초반부에 멀티비전을 통해 10∼20여분동안 상영되는 슬라이드나 비디오에는 신랑 신부의 성장과정, 가족관계, 친구관계, 사회생활 등이 정겹게 담겨있다.
또한 양가를 소개하는 자료화면도 함께 상영되기 때문에 하객들로 하여금 예비부부나 양가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하며 결혼식 초반의 어수선함을 방지할 수도 있다.
이날 상영되는 필름은 결혼 1∼2주전에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필름과 시나리오, 내레이션 등을 함께 정하게 된다고.
결혼식 장면을 비디오테이프로 촬영하는 대신 CD롬으로 제작해 주는 것도 멀티미디어 예식의 특징이다.
CD롬에는 결혼식 과정은 물론이고 두사람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좋아하는 음악, 결혼 일정표까지 결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집어 넣을 수 있어 획일적인 비디오테이프와는 달리 신세대들의 개성을 마음껏 살릴 수 있다.
이 밖에 예식장에서 피아노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도 멀티미디어 예식의 특이한 점으로 오케스트라에 의해 미리 녹음된 음악을 식순에 맞게 틀어주는 음악 연출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한국클럽의 안용모사장（44）은 "호텔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나 이벤트에 멀티미디어가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고 이를 결혼식에 접목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멀티미디어 결혼식은 특별한 결혼을 원하는 신세대 부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