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기획단회의] 개최국 의견 수렴
기사입력 1997년 05월 07일 14시 56분
FIFA 기획단회의의 주목할만한 점은 FIFA의 태도 변화다.
이번 회의는 월드컵 때마다 철저하게 기득권을 행사하며 이권을 챙겨왔던 종래와는 달리 FIFA가 상대적으로 개최국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2002년 월드컵이 한－일 공동개최로 치러지는 특수성 때문에 FIFA가 종전의 입장만을 고수할 수 없는 외부적인 여건도 작용했지만 시대 변화에 맞춘 FIFA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결정된 세부항목도 이같은 FIFA의 유연성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먼저 북한에서의 월드컵 개최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물론 `통일을 포함한 특수상황이 발생할 때'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그동안 한국이 월드컵 개최명분으로 내세웠던 남북 분산개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고 통일후의 월드컵 개최방안에 대해서도 `당사국인 한－일 양국의 소관'이라고 말했던 점에 비춰보면 상당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또 FIFA는 한－일 양국의 견해를 받아들여 입장권 수익금 전액을 98프랑스월드컵과 마찬가지로 개최국의 몫으로 돌리기로 했다.
미국월드컵까지는 입장권 수익의 70％를 챙겼던 FIFA가 이를 포기하는 대신 거액의 TV 중계료가 포함된 개최국 총수입가운데 보다 많은 지분을 차지하겠다는 복안이 깔려있긴 하지만 프랑스 월드컵 때와는 달리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한－일 양국의 의사를 받아들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종전의 관례를 깨고 월드컵에 필요한 장비를 FIFA가 정하지 않고 해당국의 재량에 맡긴 것도 특기할만한 사항.
사무기기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되긴 하지만 한－일 월드컵 조직위가 후원업체를 자유롭게 선정,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음은 물론 자국의 산업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재정부문에 대해 개괄적인 윤곽을 잡은 월드컵 기획단은 아직도 공식 후원업체 선정을 포함한 마케팅 협상과 환차（換差）를 고려한 한－일간의 수익금 배분방법 등 풀어야 할 숙제를 많이 남겨두고 있지만 이번 결정에 비춰 한－일 양국의 협상결과에 따라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게 조직위측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