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열흘 붉은 꽃은 없다 (1)
기사입력 1997년 05월 07일 14시 42분
곰 사파리의 초대 왕은 에버랜드 출신의 맘모스였다.
사파리에서 가장 덩치가 큰 맘모스였지만 왕이 된 뒤 암곰과 데이트를 즐기느라 체력을 탕진해 타이틀 방어가 힘들어진다.
게다가 왕이 된 뒤 자신을 도왔던 곰돌이나 공원 등을 홀대하는 바람에 인심마저 잃어 전주파 곰보살의 도전을 뿌리치지 못하고 즉위 1년만에 쫓겨난다.
곰보살은 지난 주부터 자기를 따라 온 조강지처 보살의 존재를 까맣게 잊었다.
촌스러운 보살보다는 사파리에서 가장 예쁘고 섹시한 날나리아만이 유일한 쾌락의 대상이었다.
더구나 수곰 편력이 심해 맘모스의 왕비 시절 곰돌과 바람을 피웠던 날나리아의 과거를 잘 아는 곰보살은 날나리아가 한눈을 팔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풀장에 놀러갈 때도 날나리아를 꼭 데리고 다녔다.
즉위 초반인 만큼 사파리의 규율도 엄격해 감히 날나리아를 넘보는 수곰은 있을 수 없었다.
물론 먼저 유혹하는 쪽은 날나리아였지만.
졸지에 곰보살을 잃은 본처 보살은 날나리아만 총애하는 곰보살이 야속했지만 감히 시비를 걸 형편이 못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왕은 모든 암곰을 데리고 살 권한이 있었고, 그것을 방해할 암곰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게 곰 사파리의 불문율이었다.
그저 이따금 한번씩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뿐이었다.
`재수' 끝에 왕위에 오른 곰보살은 맘모스보다 더욱 철저하게 사파리를 지배했다.
자신만이 암곰을 취할 뿐 누구도 짝짓기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했다.
맘모스도 같은 정책을 썼지만 자기가 원하지 않은 암곰의 데이트를 못본 척 눈감아 줬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철통 같은 경계를 폈다.
권력의 맛을 아는 맘모스를 비롯해 곰돌, 공원 등 다른 수곰과 짝짓기 기회를 잃은 암곰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지만 곰보살의 위세에 눌려 한숨만 지을 뿐이었다.
사파리에서 불만이 없는 곰은 왕인 곰보살과 날나리아, 보살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