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끝없는 스타들의 자존심
기사입력 1997년 05월 07일 14시 42분
거지는 왕이 될 수 있어도 왕은 절대 거지가 되지 못한다고 그런다.
바로 자존심 때문이다. 그래서 왕은 거지가 되기 전에 차라리 죽고 만다.
자존심은 그렇게 무섭다.
자존심 강하기로는 우리네 양반님들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들은 뒤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한이 있어도 여덟팔자 걸음을 걸었으며 냉수를 먹은 뒤에도 이를 쑤셨다.
혹자는 양반이 먹은 물이 얼어서 얼음이 치아 사이에 끼었다고도 하는데, 아니다 그 잘난 자존심이 그런 것이다.
뮤지션 백결선생도 거문고로 떡방아 소리를 타며 가난을 위장했는데 이 또한 자존심에서 나온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서양인들도 없이 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자존심은 우리 못잖다.
한 여름에 에어컨이 없는 자동차를 몰고 가는 사람이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얼른 창문을 올린다는 것이다.
찌는 듯한 자동차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이 낫지 자기 차가 `노에어컨카'라는 것이 알려지는 건 용납 못한다는 것이다.
뒤의 성씨만 말하면 심한 욕을 하는 것 같으니 언제나 풀네임을 불러야 할 때 배우 `그레타 가르보'는 만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지.
늙은 모습을 보여 주기 싫은 일종의 자존심이다.
스타들의 자존심은 정말 대단하다.
달력장이 많이 찢겨 나가서(세월이 흘러서) 어느덧 최진실도 늙고 말았다.
명예와 돈 미모를 옛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떠난 자리를 김지호가 차지했다.
그러나 뉘라서 세월을 붙들어 매리오！ 김지호마저 새까만 후배들에게 눈물을 머금고 자리를 내 주고 은퇴를 해야했다.
더 이상 그 여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 완데이, 최진실이 일하는 허름한 변두리 동네식당에 김지호가 나타났다.
아무도 왕년의 김지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김지호는 낡아 빠진 옷에 추해진 모습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김지호의 달라진 모습을 용케 알아 본 최진실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어쩌면 니가 이렇게 될 수가 있니?！"
그러자 김지호도 지지않고 말했다.
"어머 언니도 겨우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잖수?"
최진실의 다음 말은 무척 새침해졌다.
"흥！ 그래도 난 이런 식당서 밥은 안 먹는다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