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아버지와 아들 (5)
기사입력 1997년 05월 07일 14시 42분
이리하여 허원행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패밀리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돈의 위력은 대단했다.
테이프 한개로 허원행은 정계의 정보 제공자와 금융계 실력자를 곁에 두게 되었고, 차영일을 살린 대가로 제일무역에 영향력있는 인사로 행세하게 되었다.
사회과학연구소와 `비젼21' 잡지만 잘 운영하면 차기정권의 핵심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허원행은 맨손으로 사채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했고, 다시 이렇게 성장했다.
적응력이 강하고 순발력 있으며 생존의 방법을 동물적 본능으로 터득해 갔다.
"한보가 무너지면 경제계는 물론 정계의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허원행이 정보제공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경제야 어차피 무너지는거 아닙니까. 5조가 넘는 돈을 한 회사에 들이붓고도 부도를 낸다면 자금회전이 막히고 융자가 안될겁니다. 그리고 문제는 정계입니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니까요."
바닥 소문에는 이 한보철강에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이 개입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확인은 불가능한 말이다.
그리고 유선방송을 비롯한 이권에도 개입하여 막대한 자금을 형성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몇몇 언론이 그의 행적을 파악했지만 압력이 두려워 쉬쉬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대통령과 그 아들.
목숨같은 아들을 대통령은 측근에 두었고 아들은 아버지의 권력을 훔쳐 그 힘을 사방에 뿌린다는 루머였다.
"음. 나는 어느정도 알고있지."
문제의 테이프, 그 비밀이 하나씩 껍질을 벗을 차례다. 돈이 없다면 언론이나 야당에 거액을 받고 팔아치울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고있다.
그 외에도 정－재계 거물들의 약점을 잡아놓고 있으니까…. 허원행의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
"한보가 무너지는게 사실이라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건 대통령이다. 여기에 만일 김현철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떠돌기만 해도 국민과 언론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현철은 외국으로 떠나거나 조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 후보군 9룡중 몇몇은 탈락하게 된다. 허원행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보가 부도처리되면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처리 사건은 그냥 묻히고 맙니다. 새 정국으로 바뀌는 거죠. 우리의 최종 목표는 누가 대권을 잡느냐 하는 겁니다. 이번에는 야당의 전략대로 DJP가 성공하여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고, 영입파 두 거물중에 한명이 대권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민주계는 대권에서 한발자국 물러섰다고 보아야 한다는 거죠."
한보가 무너지면 정책의 책임자들인 민주계는 후퇴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