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첫승 일군'불같은 투혼'

기사입력 1997년 05월 06일 15시 24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접어들자 프로축구 그라운드도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신생 대전이 정규리그들어 무패 돌풍（1승1무）을 일으키는가 하면, 2연승（대우 삼성）과 2연패（전남 일화） 팀들로 명암이 엇갈리는 등 흥미를 더해가고 있는거죠.
그럼 지난주 프로축구 마당의 뒷얘기들을 들어볼까요.

◇…전북의 `현대 이적생' 김성구（28）가 불 같은 투혼을 발휘해 화제입니다.
지난달 26일 삼성과의 개막전서 코뼈가 부러지는 전치 4주의 중상을 당했던 그가 불과 1주일 만인 3일 일화전에 스타팅멤버로 출전한 것이지요.
현재 부러진 코뼈가 주저앉은 상태인 김성구는 솜을 콧속에 집어넣어 코를 일으켜 세운 뒤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정상적인 호흡은커녕 뛰기만해도 콧속이 울려 아프다는 김성구는 "개막전 패배로 팀이 의기소침해 있는데 그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하더군요.
김성구의 투혼 덕분인지 전북은 이날 일화를 3대1로 꺾고 정규리그 첫승 고지를 밟았습니다.

◇…지난 3일 신생팀 대전에 0대2로 완패해 우승후보로서 체면을 구긴 부천 유공이 "그놈의 해트트릭이 재앙을 몰고 왔다"며 `해트트릭 징크스'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유공은 지난달 12일 아디다스컵 LG전에서 윤정춘이, 그리고 4일 뒤인 16일 현대전에서 이원식이 잇따라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각각 7대1, 4대3으로 이겼습니다.
그러나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벌어진 경기에선 죽을 쑤고 있어 `해트트릭'을 원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원식의 해트트릭 직후 벌어진 지난달 19일 아디다스컵 마지막 경기서 전남에 0대6으로 대패해 다 잡은 우승컵을 놓친 것을 비롯, 지난달 26일 정규리그 개막전에서도 현대와 1대1 무승부를 이뤘고 급기야 3일 대전에마저 완패하고 만 것이지요.
사정이 이쯤되니 유공 프런트들은 "이제 제발 해트트릭은 그만하고 매경기 골고루 득점해 착실히 승수（勝數）를 쌓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 3일 수원에서 삼성－전남의 경기가 끝난 뒤 삼성 이병근（24）은 선배 이진행（27）이 쏟아놓는 푸념을 한참동안이나 들어야 했습니다.
후반 38분 이진행이 전남 GK 페트로까지 제치고 패스해준 볼을 달려들던 이병근이 스텝이 엉키는 바람에 텅빈 골문 밖으로 차낸 것이지요.
평소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진행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습니다.
작년 11월30일 결혼한 이진행은 그동안 구단방침에 따라 출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플레이가 신통치 않다는 이유로 김 호 감독이 `무기한 합숙'을 지시, 1주일째 아내의 얼굴을 못봤답니다.
때문에 이날 어시스트를 했다면 모처럼 아내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이병근의 실수로 그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지요.
"내 마누라 돌리도∼"를 외치는 이진행의 푸념에 지친 이병근은 "골을 놓친 후유증이 이렇게 클 줄이야…"라며 한숨을 지었답니다.

◇…삼성의 정규풍 스카우트가 TV 해설자로 데뷔했다지요.

◇…그렇습니다. 스포츠전문 케이블TV인 한국스포츠TV로부터 갑작스럽게 제의를 받고 엉겁결에 지난 3일 삼성－전남전 해설을 맡게 됐는데 사투리 때문에 진땀을 뺐다는군요.
아무리 신경을 써도 무의식중에 "겁나게" "했지요이∼" "쩌리（저리） 차야는디（차야 하는데）∼" 등등의 전라도 사투리가 쏟아져 나왔던 것입니다.
고향이 광주인 정씨는 "평소엔 몰랐는데 막상 방송을 타니 사투리가 심한 걸 새삼 깨달았다"고 머리를 긁적이더군요.

◇…부산 대우의 크로아티아 용병 뚜레가 안양구장을 탓하며 눈물을 흘렸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그동안 후보명단에만 올라 불만이 대단했던 뚜레는 지난 3일 LG전에 스타팅 멤버로 등록됐지만 경기를 하루 앞둔 2일 안양구장서 훈련을 하다 공대신 잔디를 차는 바람에 발목을 다쳐 모처럼 잡은 출전기회를 날려버린 것이지요.
부상당시 화가 난 뚜레는 "이런 구장에서 무슨 프로축구를 한다고 난리를 피우느냐"며 한바탕 소란을 부렸답니다.
이에 이차만 감독은 "일 잘하는 목수는 연장을 탓하는 게 아니란다"면서 뚜레를 다독거렸는데 정작 이감독도 안양구장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더군요.
이감독은 "LG와의 경기서 후반 9분 스카첸코에게 내준 동점골도 골문앞의 잔디가 패어 일어난 불규칙 바운드 때문"이라며 "안양구장의 잔디상태는 전국에서 가장 나쁘다"고 악평하더군요.

◇…올시즌 지독한 `무승（無勝）의 늪'에서 헤메고 있는 LG가 지난 3일 안양 홈구장에서 벌어진 대우와의 정규리그 2차전에서도 1대2로 패해 아디다스컵 9경기를 포함, 모두 11경기째（7무4패） 1승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이날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LG 프런트들은 한마디로 모두 넋이 나간 표정들이었습니다.
전력상 다른 팀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데도 왜 이기지 못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않는다는 것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