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강한 것은 아름다운가 (10)
기사입력 1997년 05월 06일 15시 24분
맘모스는 왕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곰보살의 펀치에 맞선 맘모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이미 결정된 싸움이었다.
곰보살은 1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가는 마음으로 체력을 키워온 터였고, 맘모스는 왕의 하루를 쪼개 쓰며 특권을 누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썩는 법이어서 사파리의 권력을 거머쥔 맘모스는 날나리아를 비롯해 마음에 드는 모든 암컷 사이를 오가느라 체력을 탕진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싸움은 곰보살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곰보살의 주먹은 맘모스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지만 맘모스의 주먹은 허공을 가르는 일이 잦아졌다.
원년 챔피언 결정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싸움이 진행되는 셈이었다.
게다가 곰돌이나 공원 등 맘모스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옆에서 도와줬던 지지세력이 없어 맘모스의 위기는 차츰 심각해졌다.
맘모스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질 싸움이라면 치명상을 입기 전에 항복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맘모스는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왕에서 물러나더라도 몸이라도 건사하자는 속셈이었다.
곰보살은 굳이 뒤쫓지 않았다.
이쯤 해뒀으면 다시는 덤비지 못하리라는 자신이 섰기 때문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지만 맘모스의 화려한 날은 꼭 1년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주에서 올라온 곰보살이 중앙무대를 제패하고, 에버랜드는 이제 본토박이와 타지 출신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셈이다.
곰보살은 왕이 되자마자 맘모스보다 더욱 심하게 여색에 빠졌다.
물론 전주부터 따라올라온 보살이 있었지만 거기에 만족할 곰보살이 아니었다.
곰보살은 가장 먼저 대구 달성공원 출신의 최고 미인 날나리아를 찾았다.
전왕 맘모스의 애첩이자 곰돌과 스캔들로 사파리의 권력구조를 뒤흔든 장본인이었다.
날나리아는 기꺼이 곰보살을 맞아들였다.
발정기를 맞은 암컷 특유의 본능에 따라 더욱 튼튼한 2세를 얻기 위해 강한 자에 붙는 자연현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