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개인전] '그림속 길'에 인생을 담는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06일 15시 24분
어버이날을 앞두고 한국화단 한켠에서 외롭게 홀로서온 아버지를 아들이 초대, 눈길을 끈다.
지난달 서울 인사동에 문을 연 갤러리상（730－0030） 대표 이승형씨는 월간미술시대와 함께 부친 이상원 화백의 대형화집을 펴내고, 기획전시（5월 7일∼6월 2일）를 마련하는 것.
이상원 화백（62）은 젊은 시절 초상화가로 이름을 날리다 `내그림'을 찾아 불혹의 나이에 독학으로 국전을 통해 등단한 한국화가.
2년만에 개인전을 여는 그는 자동차, 트랙터가 지나간 길과 흔적을 극사실화풍으로 그린 100∼500호 크기의 `시간과 공간' 시리즈 60여점을 내놓는다.
이순을 넘긴 나이에도 20여년을 한결같이 현장작업을 해온 덕에 이번 출품작에도 뛰어난 묘사력, 대담한 구도와 함께 현장감이 돋보인다.
장지에 수묵을 토대로 담채와 오일을 혼용한 극사실주의의 독특한 기법으로 형상화된 작품들은 평론가 유재길씨（홍익대）로부터 `자연주의 화풍을 바탕으로 추상적 개념을 삽입한 시도이며, 시간성과 공간성이라는 이중적 해석이 가능한 개념적 작업'이란 평을 받았다.
"길은 제 생애였어요. 그 위에 역사가 있고, 숨결이 있고, 애환이 짙게 배어있지요. 제가 길을 중요한 모티브로 선택한 것도 그런 동기였어요."
이화백이 `시간과 공간' 시리즈를 본격화한 것은 2년전부터지만 처음 선보인 것은 77년이다. 파벌이 횡행하는 화단에서 공모전 밖에는 길이없던 그는 23회 국전 입선에도 불구하고 25회에도 출품했었다. 그때 출품작이 `시간과 공간'.
결국 입선했으나 결과에 만족지 못해 출품작 두점중 반려된 한점을 다시 `제1회 동아미술제'에 냈고, 마침내 동아미술상（78년）을 거머쥐며 화단을 놀라게 했었다.
이렇게 20년을 곰삭아 탄생한 `시간과 공간' 시리즈는 앤터니 퀸 주연의 영화 `길'을 떠올린다. 작가의 인생역정을 엿보게도 하는 그 길에는 그가 즐겨그려온 폐타이어, 폐어선, 어망들처럼 시간의 흔적과 삶의 다채로운 표정이 담겨있다.
1935년 강원도 춘천생. 젊은 시절 극장간판, 초상화 등을 그리고, 대원보일러를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30대중반부터 조선조 대가 특히 장승업의 작품을 모사하며 한국화가의 발판을 닦았다. 95년 `오늘의 미술가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