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기] 이승희의 '나의꿈 나의삶' (11)
기사입력 1997년 05월 06일 15시 24분
인터넷이나 `플레이보이'에서 내 사진을 본 사람들은 내 몸에 문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나비 문신이다.
사람들은 내가 `플레이보이'의 섹시한 모델이 되기 위해 문신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건 사실과 다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몸에 문신을 하고싶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특히 가족의 시선을 생각하면 차마 문신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3년전 대학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떠났을 때 나는 문신을 하기로 결심했다. 정말 하고싶은 일을 두려움 때문에 참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뉴욕에서는 문신이 불법이었지만 나는 친구들과 문신집을 찾았다.
어떤 모양으로 할까? 나는 나비를 선택했다. 나비는 내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었다.
나는 작은 유충에서 시작해 번데기가 되었다가, 마침내 화려한 나비로 변신하는 나비의 일생을 닮고 싶었다. 나는 미운 오리새끼로 자라났지만 어려운 과정을 지나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싶었다.
어느 부위에 문신을 할 것인가? 나는 또 곰곰이 생각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하지만 모델활동을 계속하려면 그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가장 은밀한 부분'을 택했다.
화려하고 예쁜 나비를 만들기 위해서 문신 전문가와 상의했다. 아주 밝은 색깔로. 퍼플에서 블루, 그린, 자연스럽게 명암이 생기도록.
바지와 속옷을 아슬아슬하게 내리고 타월로 잘 덮은 다음 문신을 새겼다. 1시간 정도 걸렸다. 100달러. 생각보다 싸게 할 수 있었다.
촬영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문신이 드러난다. 사람들 모두 나비의 모양과 색깔에 감탄했다. 여자들조차 그 섹시한 느낌을 좋아한다.
그러나 나비의 상징에 대한 얘기를 해주면 그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나의 생각을 칭찬해주는 것이다.
내가 펴낸 자서전의 제목이 `할리우드의 노랑나비'（문학세계사）인 이유가, 누드집의 제목이 `버터플라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