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태] 제일은행을 되살린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04일 15시 05분
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의 자살이 제일은행을 살리고 있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박상무의 애석한 죽음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등졌던 고객이 되돌아오는가 하면 아무런 거래가 없던 사람들도 스스로 제일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0억여원의 거액을 예치해온 이모씨（67．건축업）는 한보사태 이후 이철수, 신광식 전－현직 행장이 거액의 뇌물을 정태수 전 한보 총회장에게서 받고 구속되자 크게 실망한 나머돈을 몽땅 빼내 다른 은행에 맡기겠다고 거래지점인 서울 낙원동 지점에 지난달 하순쯤 통보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 28일 여신담당 상무였던 박씨의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박씨의 돌연한 죽음을 계기로 31년간에 걸친 그의 청렴했던 생활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되자 이씨는 낙원지점에 찾아가 박씨의 부의금조로 50만원을 내놓으며 10억여원을 빼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에 분산 예치해 놓은 50억원 가량도 죄다 인출해 제일은행에 넣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제일은행을 찾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장례식이 끝난 지난달 30일 광주지점에는 낯선 고객 김모씨가 찾아와 1억원짜리 적금을 넣어주고 통장을 발급받아갔다.
김씨는 박씨의 죽음을 보고 박씨가 평생을 몸바쳐온 제일은행을 돕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 우선 적금을 들기로 했다며 박씨의 죽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