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수] 뒤늦은 혼례식엔 사연도 많지요
기사입력 1997년 05월 04일 15시 04분
"관광객처럼 두분만 살짝 와서 결혼하고 가시는 분, 결혼사진을 받아들고 감정에 복받쳐 펑펑 눈물만 쏟는 분 등 각양각색이지만, 공통점은 다들 환한 얼굴로 귀가한다는 것이죠."
송상수씨（45．향토전통문화 연구소장）.
송씨는 올해로 4년째 이런저런 피치못할 사정으로 결혼하지 못하고 사는 부부들을 위해 무료로 전통혼례식을 마련해주고 있다.
송씨가 무료 전통혼례식을 주선하게 된 계기는 친구의 가슴아픈 하소연을 듣고나서.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친구부부가 자녀들로부터 "왜 엄마 아빠는 결혼사진이 없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죄지은 것 같아' 그렇게 한스러울 수 없다는 얘기를 털어놓은 것.
평소 관혼상제 가운데 유독 혼례식만 서양식으로 바뀐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송씨는 친구의 사연을 듣고 사재를 털어 `사모관대, 연지곤지에 말타고 꽃가마타는' 무료 전통혼례식을 마련해주기로 결심했다.
송씨의 주선으로 지난해까지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무료로 전통혼례식을 올린 부부는 71쌍.
비용을 마련못해 결혼하지 못했거나 집안에서 반대해 예식을 올리지 못한 경우, 장애인이나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라 결혼을 하지 못한 경우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저마다 한맺힌 사연을 안고 계신 분들이라 그런지 단합도 잘 됩니다. 각 기수별로 모임도 있고, 혼례식이 있을 때면 `혼례선배'들이 앞다퉈 달려와 자원봉사에 나섭니다."
송씨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부부일수록 부끄러움을 타는지 자녀 몰래 살짝 와서 혼례식을 올리는 반면, 젊은 부부들은 자녀들과 친척들을 불러 축제분위기를 자아내는 특색이 있다고 한다.
올해 전통혼례식은 오는 25일 열리며, 가정의 달과 문화유산의 해를 기념해 어느해보다 성대히 치를 예정이다.
오는 15일까지 전국의 희망자로부터 전통혼례 참가신청을 받으며 혼례진행, 혼례복대여, 기념사진, 간단한 예물, 숙박 등 일체의 비용이 무료다. 문의 （0661）54-2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