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한국탁구 힘-기술 키워라
기사입력 1997년 05월 04일 14시 54분
한국탁구가 제44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려했던대로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채 일찌감치 모든 경기일정을 마쳤다.
단체전에서 남자팀이 3위에, 여자팀이 4위에 올라 그런대로 체면을 유지하는가 했으나 개인전에 이어 남녀 단－복식과 혼합복식에서 단 1명도 4강에 오르지 못하는 약세를 보인 것이다.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중국의 벽만 넘으면 상위권 입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당초의 예상은 `순진한 주먹구구'였다.
여자단체전 3,4위전에서 특출한 스타가 없는 독일에 패해 4위에 머문 것과 남자단식 1회전에서 백전노장 유남규（동아증권）가 영국의 칼 프렌에게 힘없이 무너진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한국탁구가 앞으로 세계정상권에서 군림하려면 `기술의 탁구'를 구사하는 중국은 물론 `힘의 탁구'로 상징되는 스웨덴과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세를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얻은 셈이다.
전술적으로는 지난 70년대의 정현숙과 같이 수비를 전문으로 하는 지구력 위주의 플레이어가 절실해 보인다.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완벽한 공격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선제공격을 시도하다 번번이 점수를 뺏기는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경기흐름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수비형 선수의 집중육성이 시급하다는 것.
이와 함께 똑같은 모션으로 다양한 구질의 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질러버의 도입도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는 한국탁구에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들은 작년말부터 회장교체문제로 행정에 공백이 생겨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패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전인수（我田引水）'의 해석이다.
회장선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과 대표선수들의 훈련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국영TV의 탁구중계 해설자로 이번대회를 참관하고 있는 쟝샤오링（張燮林） 전 중국국가대표팀 감독의 "중국선수들은 1년내내 훈련과 휴식만을 반복한다"는 말은 이런 점에서 한국의 탁구지도자들이 타산지석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93년 예테보리대회에 이어 4년만에 세계무대에 복귀한 북한은 비록 여자선수들만이 출전했으나 세대교체의 주역인 위복순（22）과 10대의 김현희（17） 두정실（18） 트리오가 단체전에서 중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전과를 올려
앞으로 훈련여하에 따라서는 세계탁구계의 `태풍의 눈'이 될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