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현] 결정적일때 한방씩 효자 방망이
기사입력 1997년 05월 04일 14시 33분
지난 3일 잠실 해태전에 앞서 OB 안경현（27）은 전광판 타순에 5번으로 찍혀 나오자 짐짓 놀라는 체 하며 이렇게 말했다.
올시즌 첫 5번타자 출전을 동료들에게 은근히 자랑하기 위함이었다.
시즌초 8번으로 시작했던 타순이 3계단 점프해 5번으로 올라갈 만큼 안경현의 `봄바람'은 무섭기만 하다.
18게임에서 60타수 20안타（0.333）에 2홈런 10타점.
팀내 최다안타와 최다타점으로 OB 타선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상호 심정수 이정훈 등 중심타자들이 빠져 팀타율 7위（0.242）에서 헤매고 있는 OB가 그나마 상위그룹인 4위로 버티고 있는데에는 결정적일 때 한방씩 쳐주는 안경현의 공이 컸다.
3일 해태전에서도 기울어진 승부를 단 한방으로 뒤집어 놓았다.
0－2로 뒤지던 6회말 1사 1, 3루에서 역전 좌월 3점홈런을 터뜨려 삼진 7개로 호투하던 해태 선발 이강철을 `KO'시킨 것.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안경현은 4, 5월에 약했다.
시즌초반에는 1할대에서 맴돌다가 남들이 조금씩 처지기 시작하는 여름부터는 오히려 타격페이스가 좋아지는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
하지만 올해는 타격을 끝낸 뒤의 백스윙이 한결 부드러워진데다 투수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꽉찬 상태라 `4, 5월 징크스'도 말끔히 사라졌다.
"이대로만 간다면 3루수 골든글러브도 한번 노려볼만 하지 않겠어요"라며 씨익 웃는 안경현의 눈에선 불꽃이 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