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강한것은 아름다운가 (9)
기사입력 1997년 05월 04일 14시 26분
해가 바뀌어도 맘모스의 위력은 여전했다.
그러나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1년 독재 동안 인심을 잃어 주위에 추종세력이 사라진 것이다.
곰보살이 이를 눈치 채지 못할 까닭이 없었다.
발정기를 맞은 암곰 특유의 냄새가 아지랑이를 타고 사파리 곳곳에 퍼져나갔다.
아직 어린 곰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생식능력이 있는 수곰들에게는 목숨을 걸고 달려들 가치가 있는 마약과 같은 냄새였다.
특히 90년 왕위 쟁탈전에서 아깝게 탈락한 곰보살이나 곰돌, 공원 등 한창 팔팔한 수곰들은 대권 재도전의 투지를 불태웠다.
그 가운데 맘모스에게 맞아 병원 신세를 진 아픈 경험이 있는 곰보살과 곰돌은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그러나 맘모스의 적수는 곰보살 뿐이었다.
덩치는 작지만 머리가 좋은 곰보살은 지난해 실패를 거울 삼아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모든 수곰들이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걸어다니며 암곰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안간힘을 쓸 무렵, 곰보살은 맘모스를 습격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한가지 다행스런 일은 지난해 맘모스를 도왔던 공원이나 곰돌이 맘모스에게 떨어져나와 1대1 결투로 승부를 겨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곰돌이야 날나리아와 간통을 하다가 죽도록 얻어맞아 자연스레 권력의 핵심부에서 탈락했지만 공원이 맘모스를 떠난 것은 2인자에 대한 홀대 때문이었다.
곰보살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맘모스는 여전히 날나리아에 빠져 체력을 탕진하고 있었다.
그런 맘모스를 본 곰보살은 정공법을 택했다.
곰보살은 맘모스에 다가가 다짜고짜 뺨을 후려쳤다.
그렇지 않아도 봄을 맞아 다른 곰들의 도전을 예상했던 맘모스지만 곰보살의 정면 도전에 기가 막혔다.
맘모스는 반격에 나섰다.
파워에서 앞선 맘모스, 스피드가 좋은 곰보살의 대결은 팽팽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치고 빠지는 곰보살의 공격이 차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맘모스는 뒷다리에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맘모스가 약세를 보이자 사기가 오른 곰보살은 한층 가볍게 펀치를 날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