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 또 다른 설악산 비경
기사입력 1997년 05월 03일 15시 00분
세계 잼버리대회가 열렸던 강원도 고성 신평들 부근에 화암사라는 절이 있다.
금강산의 금강사 말사로 일주문과 부도, 대웅전, 석탑, 단청을 입힌 기와 건물, 샘물 등 여느 절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시원한 산바람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울창한 산림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나 속초, 고성 등 지역 주민들에게는 유명한 절이다.
봄, 가을이면 웨딩 촬영을 하는 예비 커플들이 몰려 들고 학생들의 사생대회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지나치기 쉽다.
설악산 미시령 입구 대명콘도에서 잼버리장 이정표를 따라 자동차로 10여분을 달리면 산중턱 울창한 숲 사이로 검은 기와 지붕이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뒤로는 푸른 옷으로 갈아 입은 금강산의 높은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앞으로는 거대한 바위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 있다.
돌다리 아래 계곡에는 미시령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흐르고 해를 가릴 듯 높이 솟은 뒷산에는 산바람이 계곡을 타고 달려 내려 온다.
마당에 서서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푸른 숲 너머로 잼버리대회가 열렸던 드넓은 신평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앞 산 능선에 불쑥 솟아 있는 바위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마치 구름다리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김기봉씨(45．운수업)는 "특히 여름이면 등줄기가 서늘할 정도로 불어오는 계곡 바람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잼버리대회 덕분에 잘 포장된 편도 1차선 도로가 시원스레 뚫려 있다. 가는 길도 멋있다. 차창 밖으로 울산바위 등 설악산의 기암괴석과 봉우리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스쳐 지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