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아버지와 아들 (2)

기사입력 1997년 05월 03일 15시 00분



그 자신도 금배지 한번 달아보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다.

그런데 허소장이 그 꿈을 아들에게 걸고 있는것 같다.

차회장은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국회의원이라뇨."

"내친 김에 밀고 나가자는 거죠. 보세요. 얼마전만 해도 차영일씨는 말썽꾸러기가 아니었습니까. 제가 설득중에 있습니다. 남자가 세상에 태어났으면 그 값을 해야 한다구요. 이 좋은 환경에서 이게 뭐냐구요."

"……."

"1년동안 회사에서 인내심 키우고 나머지 기간엔 정치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차기 국회선거에 진출하는 겁니다."

"하지만 걔, 그릇이…."

"그릇은 제가 만듭니다. 제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적극 후원하겠습니다." 그리고 한시간이 넘도록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당이 되든 야당이 되든 그건 문제가 안됩니다. 앞으로는 야당이라고 해서 정부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손해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글쎄요. 야당의원은 힘이…."

"이번 노사분규 보지 않았습니까. 다음 정권은 내각제가 되든 아니면 그에 준하는 구조의 정치가 될 겁니다."

"허소장, 요즈음 이상한 소문 못들었습니까. 한보가 위태롭다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 금융계 모 인사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아드님도 함께 하려구요."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아들 차영일이라면 부자관계를 끊어도 좋다할 정도로 불신하던 아버지다. 하지만 그가 조금의 변화에 감격하여 아들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내놓을 사람이 되었다. 그것이 `피붙이의 정'이다.

허원행이 파고든 전략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는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들을 설득시켜 변화를 주었고 이를 이용하여 아버지를 감격하게 만들었다.

소문에 의하면 대통령은 차남 현철을 그렇게 끔직히 사랑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철은 어느정도 아버지의 힘을 배분받았을 것이다.

사랑을 받기위해 현철은 아버지를 위해 지난 대선에서 큰 공을 세웠을 것이며 이것이 아버지를 감동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때문에 아버지의 권력을 배분받을 수 있는 것이다.

차영일을 설득시킬 때도 이런 사실을 말해 주었고 그것이 직효의 약발을 받았다. 아버지로부터 신임을 받아라.

그러면 너는 출세한다.

나쁜 머리를 굴리지 마라. 미래꿈을 꾸어라. 흙먼지는 내가 뒤집어 쓰겠다. 오랜기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우선 1년만 참고 견뎌라. 2년후 국회에 진출하라. 세상에 욕심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