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기] 이승희의 '나의꿈 나의삶'
기사입력 1997년 05월 03일 15시 00분
`플레이 보이'로 데뷔한 이후 나는 여러 장소에서 `플레이 보이 모델'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결코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파티에 참석한다고 치자. 느닷없이 누가 "이봐, 알고들 있어? 승희는 플레이 보이 커버 걸이야"라고 얘기한다.
순간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내 얼굴, 메이크업, 피부, 헤어스타일, 패션 모두를 살핀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 보는 것이다. 특히 어떤 여자들은 경쟁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럴 때는 곤혹스럽다.
물론 남자들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게 더 상냥해지기도 한다. 그들은 내가 백만장자를 낚으러 나타난 공주인지, 아니면 소탈한 여자인지 알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드를 그만 둘 생각은 없다. 내게 누드를 그만 두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플레이 보이'와의 인연도 함부로 끊고 싶지 않다.
나는 아무데서나 옷을 벗는 여자는 아니다. `플레이 보이'라는 유력한 잡지이기 때문에 옷을 벗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플레이 보이'를 포르노 잡지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잡지는 나름의 전통과 품격을 지녔다. 제작에 참여하는 사진작가와 스태프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잡지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다.
`플레이 보이'의 누드는 저급한 흥밋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순간의 포착을 통해 여성의 몸이 가진 특유의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표현해 내려는 시도인 것이다.
`플레이 보이'의 모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까다로운 자격 조건이 있는 건 아니다. 통통하거나 가슴이 좀 빈약해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마른 몸매에 가슴만 이상하게 풍만하다거나 빈약한 상반신에 비해 히프만 지나치게 크다면 곤란하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아름다운 몸매가 중요하다. 얼굴도 예쁘면 물론 금상첨화다.
참고로 내 신체 사이즈는 1m63, 48㎏kg, 33－22－3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