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선수출신 아내 사랑의 '누르기 한판'
기사입력 1997년 05월 02일 14시 43분
프로축구 천안 일화의 브라질 용병 루비(25．MF)는 밤을 무서워한다.
팔자에도 없는 유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루비는 올초 이적료 35만달러(약 3억2천만원), 연봉 8만4천달러(약 7천500만원)로 일화에 입단한 새내기 용병.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그의 보금자리는 해만 저물면 유도장으로 바뀐다. 물론 루비는 `축구의 나라'에서 태어난 까닭에 꼬맹이 때부터 축구공을 찼지 도복을 입어 본 경험은 전혀 없다.
그런 그가 연일 `누르기, 조르기'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매일 밤 그를 공포로 몰아넣는 `주범'은 바로 벨기에 출신의 동갑내기 아내 나탈리.
훈련을 마치고 귀가한 남편과 정답게 TV를 시청하다가도 심술이 나면 곧장 `곁누르기'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으면 `조르기'나 `꺾기'로 바꾼다.
그것도 섣부른 흉내가 아닌 완벽한 기술로.
사실 나탈리는 한때 주목받던 벨기에 유도 대표선수였다.
지금은 몸이 불어 개그우먼 이영자를 연상케 하지만 학창시절엔 국내랭킹 2위까지 올랐던 `물찬 제비'였단다.
그러니 그라운드에선 빠르고 발기술 좋기로 소문난 루비라도 아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무리다.
결국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방바닥을 세번 두드려야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루비는 `과격하고도 무섭지만' 그런 장난기 어린 아내를 무척 사랑한다.
그리고 그녀가 구사하는 기괴한 `사랑싸움법'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한다.
나탈리가 아니고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누르기 한판'.
루비는 외롭고도 힘겨운 이국생활을 너끈히 견뎌낼 수 있는 것도 다 나탈리의 애정어린 `누르기 한판'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누르기 한판'의 효험이었을까. 루비는 97아디다스컵서 2골을 터뜨렸고, 이 여세를 몰아 정규리그에서도 맹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물론 어제도 `누르기 한판'에 숨통이 조였다.
하지만 루비는 오늘 밤 아내가 구사할 `누르기 한판'을 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