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재치 만점'
기사입력 1997년 05월 02일 14시 43분
경기가 끝난뒤 유니폼의 청결상태를 보면 대충 그 선수의 활약상을 짐작할 수 있다.
OB에서 유니폼이 가장 지저분해 지는 선수는 바로 `바람돌이' 정수근(20)이다.
치고 달리고 시도 때도 없이 엎어져 5회쯤만 되면 정수근의 유니폼은 상의건 하의건 온통 흙먼지로 시커멓게 된다.
그만큼 투지로 똘똘 뭉쳐 있다는 얘기다.
1일 잠실 LG전에서도 정수근의 주루플레이와 투지는 반짝반짝 빛났다.
2_2로 팽팽하던 5회말 우전안타로 나가 포문을 연뒤 LG 왼손 김기범에 개의치 않고 2루도루 성공.
LG의 실책으로 이어진 무사 1, 3루에서 3루에 나가있던 정수근은 4번 이도형의 유격수 플라이 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과감하게 홈을 파고 들었다.
"유격수 유지현의 어깨가 약한 편인데다 역모션이라 홈송구가 어려웠기 때문에 충분히 승부할 만하다고 봤어요. 게다가 다음타자가 왼손투수에 약한 좌타자였잖아요."
불과 1∼2초의 짧은 시간에 많은 걸 생각하고 도박을 건 셈이다.
특유의 번뜩이는 주루플레이와 함께 최근에는 방망이까지 살아나고 있어 팀득점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LG와의 잠실 3연전에서 7안타를 쏟아내 2할대에 간신히 턱걸이하던 타율을 2일 현재 2할8푼6리(63타수 18안타)까지 끌어 올렸다.
OB 팬들은 하루가 다르게 야구가 느는 정수근의 플레이를 지켜보는게 커다란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