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청주팬 야구 볼 자격 없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02일 14시 43분
한동안 잠잠했던 관중 난동이 재발해 지난 1일 현대_한화전이 열린 청주구장은 피와 욕설로 얼룩졌다.
술에 취한 어른들은 욕설을 퍼붓고 혈기가 넘치는 청소년들은 돌과 주먹을 앞세워 현대 구단 버스를 향해 돌진하자, 철 모르는 초등학생들까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난동에 가세했다.
심지어 몇몇 관중들은 깨어진 유리창에 찔려 아스팔트를 붉게 물들이기도 했다.
법과 질서, 윤리가 한꺼번에 실종된 아수라장이었다.
정작 실망스러운 점은 소요의 핵심이 관중 난동만이 아니라 청주구장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력의 무소신 행정이었다.
수백명의 흥분된 관중들이 `무력 시위'를 하는 동안 `시민과 3분 거리에 있다'는 경찰은 그림자조차 없었고 소요가 진정되고 망신창이가 된 버스가 떠난 뒤 순찰차 한대만이 멋쩍게 나타났다.
한시간이 넘게 무법 천지가 된 청주구장에 경찰력이 출동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달 30일 소요 조짐이 있어 이날 경찰력 지원을 요청하러 간 한화 구단관계자에게 경찰은 문민정부 수립 후 국무총리 서신에 의해 프로야구처럼 상업적인 목적의 집회에는 경찰력을 파견할 수 없다는 논지로 거절했던 것이다.
만일 엄청난 불상사가 났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궁금하다.
더구나 성난 청주 관중들은 `충청도 만세'를 연호하며 폭력을 휘둘렀다.
만일 현대의 연고지에서 한화 선수들이 그랬다면 청주 팬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한화구단에서는 오는 20일 LG전부터 청주에서 열리는 야간 경기를 대전으로 옮기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로 청주 시민들이 프로야구를 관전할 권리가 박탈된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그것은 바로 난동을 부린 청주 관중들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