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우롱차' 마시고 거짓말쇼
기사입력 1997년 05월 02일 14시 03분
질의자:ㄱ 은 기역입니까 기억입니까?
답변자: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의원들이 위와 같이 물었어도 증인들은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한보 청문회 야그다. 증인들은 어른이고 아해고 죄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했다.
물론 사람은 지난 일을 깜빡하는 습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건 건망과 치매가 공식적으로 오는 노년 때의 일이지 새파란 청춘 시기에는 절대 기억력이 상실되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력이 너무너무 무섭다는 걸 말해 주는 문자를 소개한다.
`과목불망（過目不忘）이며 명기누골（銘肌縷骨）에 언유재이（言猶在耳）이니라. 누가 무엇을 잊었단 말인가！'
한문에도 도통한（에헴！） 필자가 가볍게 풀어 보면, 한번 본 것은 잊어 버리지 않고 절로 뼈와 살에 새겨지며 들은 말이 귀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 된다.
노시인 미당 서정주님은 아직도 세계 각국의 수도 이름을 훤히 꿰고 있으신 걸 봤고, 팔순을 이미 넘기신 우리 아버지도 사돈네 팔촌의 강아지 출산일 등 모든 경조사 일자를 수첩 하나 없이 달달 외우고 계신다.
의학자들의 설명으로는 사람의 기억력은 20대와 30대에 피크였다가 그 이후에 하강 곡선을 긋는단다.
그렇다면 이제 겨우 30대로 뇌가 매우 팔팔한 김현… 아무개와 박태… 아무개 등 증인들은 시종일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후라이를 까댔던 것이다.
방송 생중계라는 비싼 돈들여 `거짓말 쇼'를 관람한 이 땅의 백성들은 철저히 우롱차를 마신것 아닌가！
사람의 기억력이 얼마나 왕성한가를 거듭 강조키 위해 3국시대 때부터 전해지고 있는 저 유명한 개그 하나를 들먹이겠다.
3사람의 대화-
1 "내 기억력을 당할 사람은 없을 걸. 내가 두 살 때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공원에 놀러 갔던 일이 생생하다."
2 "웃기지 마라. 난 태어나기 이전의 일도 기억한다. 내가 태어나기 열달 전인 어느 봄날 공원에 갔다. 갈 때는 아빠랑 갔는데 올 때는 엄마랑 왔다."
3 "음화화화화！ 둘 다 가소롭구나. 내 전생을 말할까? 수백년전 내 마누라는 귀신이었고 나는 만득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