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강한것은 아름다운가 (8)
기사입력 1997년 05월 02일 14시 03분
4천여평의 사파리가 넓다지만 날나리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맘모스는 곧 날나리아를 찾을 수 있었다.
날나리아는 처음에는 겁을 먹고 도망가려 했지만 불가능한 것을 깨닫자 포기했다.
맘모스는 날나리아를 보자 곰돌과 날나리아가 붙어있던 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분노가 폭발했다.
맘모스가 손을 번쩍 들어 날나리아의 얼굴을 내리치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대구 달성공원에서 올라온 날나리아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왕의 애첩으로 간통 현장을 잡힌 날나리아는 맘모스가 자신을 어떻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암곰 특유의 무기를 들이밀었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남성이고, 그 남성을 지배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말도 있듯이 날나리아는 사파리의 왕 맘모스를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암곰이었다.
날나리아는 머리가 터질듯이 화가 난 맘모스를 보자 특유의 암내를 풍기며 몸을 바짝 밀착시키더니 부벼댔다.
날나리아의 육탄공세에 맘모스는 허물어졌다.
그와 함께 모든 분노도 봄눈 녹듯 사라졌다.
날나리아의 스캔들은 권력서열 3위 곰돌만을 몰락시키고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곰 사파리의 첫 시즌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에버랜드를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곰들은 맘모스를 정점으로 힘의 논리에 의해 서열을 정했고, 왕위 쟁탈전에서 탈락한 다른 경쟁자들은 `차기'를 노리며 힘기르기에 들어갔다.
왕곰의 임기는 1년이다.
평소에는 싸울 빌미가 없어 별다른 갈등이 생기지 않지만 봄을 앞두고 암곰의 발정기가 되면 본능적으로 힘겨루기에 들어간다.
왕권 경쟁에 나섰던 전주파 곰보살이 병원에서 퇴원한 뒤 사파리에 돌아왔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곰보살로서는 복수극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싸워 만약 이긴다고 해도 암컷의 발정기가 끝난 뒤여서 왕의 특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90년은 맘모스가 사파리를 평정한 가운데 여름과 가을, 겨울이 차례로 지나고 91년 봄이 왔다.
초대 왕 맘모스는 연임을 노리고, 곰보살을 비롯한 재야세력은 비축해놓은 힘을 폭발시킬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