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기아 우승 원동력
기사입력 1997년 05월 02일 01시 35분
기아의 우승은 `지장(智將)' 최인선 감독과 토종선수, 그리고 용병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기아는 아마시절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의 위업을 이룩하며 `해가 지지 않는 왕국'으로 불렸던 팀.
그러나 황금기의 주역중 하나인 한기범이 은퇴하고 김유택(34) 허 재(32) 강동희(31) 등 당대 최강의 `허－동－택' 트리오가 30줄을 넘어서며 `전설의 기아왕국'도 서서히 붕괴의 조짐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허 재의 `음주운전 구속'이란 악재까지 겹치며 기아는 지난 1월 끝난 96∼97농구대잔치에서 7전전패의 수모속에 꼴찌로 전락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기아 최인선 감독은 클리프 리드와 로버트 윌커슨 두 용병이 가세하고 허 재가 컴백하면서 `기아왕국'의 재건에 나섰다.
그러나 최감독의 최대 고민거리는 `제 잘난 멋에 사는' 스타군단 특유의 맹점을 어떻게 치유하고 체력의 결점을 안고 있는 이 노장선수들을 장기레이스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였다.
최감독은 우선 원포인트릴리프로는 여전히 활용가치가 높으나 체력이 떨어지는 센터 김유택을 `식스맨'으로 돌리고, `수비전문' 이훈재와 `공격전문' 허 재를 교대로 기용하는 등 `허－동－택' 체제를 완전히 와해시키는 모험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팀의 막내 김영만(25)을 주포로 활용,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한편, 용병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는 `토종－용병의 조화'도 시도했다.
`노장군단'으로 통하는 기아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오히려 나래를 체력에서 압도할 수 있었던 것도 최감독의 이러한 `분업농구'의 개가다.
"농구는 결코 5명이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교훈과 함께 `식스맨' `수비전문선수' 등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켜 준 기아의 우승은 한국농구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쾌거로 평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