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머리를 굴려라 (10)
기사입력 1997년 05월 01일 15시 36분
정부나 청와대는 노사분규가 흐지부지 찻잔속의 태풍 정도로 끝나리라 생각했지만 허소장의 `사회과학연구소'의 분석은 전혀 반대로 나타났고, 그것은 자신의 뛰어난 후각과 기묘하게 일치되었다.
`집권당과 청와대는 벌집을 건드렸다.
' 그것은 틀림없는 벌집이었다.
그리고 노동법이 실패하리라 생각한데는 장기침체로 연속된 명예퇴직, 이에 따른 국민적 불만이 쌓여있다는 것을 확실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제일무역 그룹은 이 소나기를 피해갔고, 오히려 노조의 도움을 받고있다.
제일무역이 자금으로 고생하면 뒤에서 도울 것이다.
금융계 거물의 발목을 잡아놓았다.
그리고 이런 견실한 기업을 도와주는건 하자가 없다.
"다 왔습니다. 소장님." 운전기사가 멍청히 앉아있는 허원행을 향해 말했다.
"어 … 그래? … 허허허 … 뭣 좀 생각 하느라고."
그는 제일무역 본사 빌딩을 바라보며 회장실을 향해 성큼 성큼 걸어갔다.
이제 인생의 절반을 성공한 셈이다.
대재벌은 아니지만 제일무역은 재계에서도 알아준다.
이 그룹의 회장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한동안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다. 장혜정의 연금 생활도 마감되었다. 그녀도 이제 허원행의 품을 떠날 수 없다.
처음의 약속을 하나씩 하나씩 이룩해가는 허원행을 깊이 신뢰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도 고민은 었었다.
"도대체 9룡 중 누가 대권후보가 되는거야. 그래야 DJP와의 격돌을 가늠할텐데."
제8공화국. 그때 그는 대통령 측근에 서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선택을 잘해야 한다.
`이홍구? 이회창? 이수성? 박찬종? 아니면 DJP?'
누구일까. 누구를 선택하여 밀어줄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그는 어느새 차회장 회장실 문앞에 서 있었다. 비서실장이 놀라 뛰쳐나왔다.
"어서오십시오. 회장님이 오래전 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요? 참 차영일씨는 지금 어디서 일하고 있죠?"
"경영기획실 차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알았습니다. 그곳으로 안내해 주십시오."
"네?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는데…."
"괜찮소. 알려만 주면 내가 찾아가겠습니다. 회장님께는 아드님 먼저 보고싶어 갔다고 연락해 주십시오."
허원행은 회장은 버려두고 아들 차영일을 먼저 찾아갔다.
`아들 먼저 찾는다는데 싫다는 아버지 없는 법이지.' 그는 교묘한 심리전을 쓰고 있었다.
대통령도 차남 현철은 끔찍이 사랑한다는 소문이 있다. 아버지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