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남자승무원 늘려라
기사입력 1997년 04월 30일 15시 12분
최근 공항 검색대에선 건전지 체크를 강화하고 있다. 건전지는 폭발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모르고 건전기가 들어간 CD 플레이어 등을 가방 속에 넣은 승객들은 짐을 모두 풀어헤쳐야 하는 수난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기 전의 보안도 중요하지만 기내에서 승객들의 뜻하지 않은 `난동'에 대해서도 사전 대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항공사의 기내보안 대비는 어떨까.
작년 대한항공 모스크바발 서울행 노선에서 한 승객이 만취 상태로 기내를 돌아다니며 승객들과 스튜어디스에게 손찌검을 하는 등 수십분동안 소란을 피워 김포공항에 내리는 즉시 공항경찰대에 넘겨진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경찰에 넘겨지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 회사 이미지를 위해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넘겨버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서비스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이미지 효과가 높은 여승무원 수를 늘려왔다.
대한항공의 경우 총 승무원 4천여명가운데 여승무원이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1천200명가운데 90%에 이른다.
대한항공의 남자승무원 비율이 다소 높은 것은 작년 승객 난동때 기내에 남자승무원이 1명에 불과해 소란을 제때 막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남자 승무원을 100여명 늘렸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동남아 일부 노선은 대부분 여승무원만 타고 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여성 편중이 심한 편이다.
현재 국제선 기내에는 청원경찰 2명이 타야 하고, 이중 1명이 남자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청원경찰은 누구나 신청만 하면 자격증이 나올 뿐 아니라 가스총 발사, 무술 교육 등 경찰에서 연 1회씩 받는 교육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남자승무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자 기내에서의 돌발사태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돌발사태는 대부분 취객들의 추태. 기내에서는 와인이 무료로 나오므로 주당들은 마음껏 술을 시켜먹고 곤드레만드레 되기 일쑤다. 특히 하늘에서는 땅에서와 달리 술에 빨리 취하기 때문에 취객들의 출현이 잦다.
이들의 소란에 여승무원들로는 대책이 없고 한명 정도에 불과한 남자승무원이 제지해 보지만 막을 길이 없어 조종사가 나오는 사태까지 발생한다는 것.
때문에 항공사 승무원들은 기내 안전을 위해 승무원의 무술 지도 등 돌발사태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항공사의 한 승무원은 "식사때 사용되는 포크와 나이프 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흉기가 되는 물건이 많다"며 "기내에서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기내에는 일정수의 남자 승무원이 반드시 탑승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