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니콜라이] 고려인 강제이주史는 슬픈 드라마
기사입력 1997년 04월 30일 15시 12분
오는 6월5일∼7월15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특별전을 갖는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화가 신 니콜라이 화백(70．한국명 신순남).
그는 한국특별전을 통해 `레퀴엠－한민족 유민사'와 `레퀴엠－하얀새 검은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두 작품은 `2×3m' 짜리 22점, 18점을 이어붙인 초대형작품으로 가로길이만 각각 44m, 36m에 이를 정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한 1937년의 비극을 사실주의와 상징주의 수법, 그래픽 기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조선일보 주최로 열리는 한국특별전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타슈켄트 아카데미아중앙미술관 지하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방문 일정은 잡혔는가.
일정이 확실히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서울에는 6월2일쯤 갈 예정이다. 나를 비롯,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 12명이 동행한다.
-강제이주사를 주제로 한 작품은 언제부터 그렸는가.
강제이주 직후부터 그렸다. 숨어서 그렸다. 특히 페레스토로이카 이전에는 그림을 몰래 그리느라 힘들었다.
-다른 고려인 화가 가운데 강제이주나 민족의 고난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사람은 없는가.
없다. 강제이주의 역사는 우리의 운명이고 우리의 생활이었다. 그래서 그린다. 강제이주사는 슬픈 드라마였다. 고려인 화가 가운데는 예술동맹회원 50여명이 있는데, 실제는 그보다 많다. 요즘 젊은 고려인 화가들은 러시아 화가나 다름없다. 민족사에 대한 관심이 없다.
-국내에서는 `레퀴엠' 등 큰 작품이 많이 알려졌다.
큰 작품은 `작은 비극'들을 모아 만든 `큰 비극'이다. 수십년 강제이주의 역사는 길고도 큰 역사다. 그것을 어찌 작은 화폭 안에 담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작은 작품도 많이 그렸다.
-다른 나라에서도 신화백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 미국 등에서 전시회를 하자는 요청이 있었다. 그러나 고려인이 그린 고려의 작품인데 어찌 타국에서 전시를 하겠는가. 지난 90년 모스크바에서 전시회를 한적이 있는데 그때 독일사람이 그림을 사겠다는 제안을 한 적도 있지만 거절했다.
-북한당국에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는가.
92년도에 문화차관부 부차관이 한번 다녀간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뒤로는 소식이 없다. 별 관심이 없다.
-스탈린 치하는 어떠했는가.
감옥생활과 다름없었다. 스탈린은 잔혹한 독재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