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기] 이승희의 '나의꿈 나의삶'
기사입력 1997년 04월 30일 15시 12분
모델이 되려고 결심했지만 숱한 고초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키가 작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1m63의 작은키.
에이젠시에 사진을 돌리면 그들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다며 만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막상 `실물'을 본 그들은 난색을 표했다.
사진을 보았을 때는 1m70 정도는 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키가 커야 하는 슈퍼모델이 아니라, 키가 작아도 되는 사진모델을 하고싶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첫 오디션의 기회가 찾아왔다.
맥스웰하우스 커피의 사진광고였다. 오디션을 끝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내게 "당신이 가장 좋았다"는 전화가 왔다.
마침내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커피잔을 든 나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사진이 포스터를 장식했다. 큰 광고의 모델이 된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행운은 계속 이어졌다. 그 포스터를 본 LA의 사진작가가 함께 일해보자며 연락을 해온 것이다. 이번엔 밀러맥주의 광고였다. 밤비행기를 타고 LA로 날아갔다. LA에 가보니 나처럼 작은 여자들도 사진모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년후인 95년. 하와이안 트로픽 미인대회가 열렸다. 나는 한국의 부산대표로 출전, 전세계 2만5천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한명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입상자 5명 가운데 선발되었다. 그리곤 마침내 3위를 거머쥐었다.
그뒤로 썬키스트오렌지, 크라이슬러 플리머스, 힐튼호텔 등의 광고를 계속해서 찍었다.
미인대회의 결과는 좋았지만, 그때 경험을 말하자면 좀 불쾌한 것도 있었다. 각국의 미인들은 나를 향해 비웃는 태도와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숨기지 않았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예쁜 여자들이 어쩌면 그렇게 비열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나는 다같이 모인 디너 테이블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해프닝도 벌였다.
이때의 경험은 3년뒤 94년의 아메리칸 드림 캘린더 걸 뷰티 페전트에 출전했을 때 도움이 됐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휴가를 즐긴다는 기분으로 출전, 포토제닉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