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박철순 은퇴식에 꽃핀 아내사랑
기사입력 1997년 04월 30일 15시 12분
"누구 손수건 있는 사람없어요?"
지난달 29일 OB 박철순의 은퇴식이 열린 잠실구장.
1루측 덕아웃 한켠에서는 연신 애처로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박철순의 아내 채수정씨（34）.
상준（20） 상운（19） 성우（8） 세 아들과 함께 은퇴식을 지켜보던 채수정씨는 마운드에 선 박철순이 계속 눈시울을 붉히자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데…"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만큼 남편의 애처로운 모습을 지켜보기가 안타까운 탓이었다.
채수정씨가 박철순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5년.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코치로 재직중이던 채씨는 우연히 남산헬스클럽에서 겨울체력훈련을 하던 박철순과 만남을 가졌다.
수영장에서 몇번 마주치긴 했지만 처음에는 `야구선수 박철순'이라는 생각외에는 별 뜻이 없었다.
하지만 아는 후배가 차한잔 하자며 마련해준 자리에 나가보니 의외로 박철순이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실망을 많이 했어요. 82년 한국시리즈때 TV로 본 모습과는 많이 틀렸거든요. 허리부상으로 약물치료를 많이 한 탓인지 얼굴도 새카많고 바짝 말랐더라구요."
이렇게 시작된 만남은 결국 1년여의 연애를 거쳐 결혼까지 이르게 됐고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가장 가슴아픈 기억은 지난 88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박철순이 실의에 빠졌을때.
선수생명이 끝난 것처럼 괴로워하던 남편보다 더 힘들었다고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야구선수 뒷바라지를 10년간 묵묵히 해온 채수정씨는 은퇴식 도중 3만관중 앞에서 박철순의 포옹을 받는 순간 그동안의 고생이 눈녹듯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