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4번 불댕긴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30일 15시 12분
발동이 걸려도 너무 늦게 걸린게 아닐까?
쌍방울 김기태（28）가 지난달 29일 광주 해태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며 뒤늦은 홈런레이스에 불을 댕겼다.
다른 경쟁자들은 이미 5개의 대포를 쏘며 홈런왕 고지를 선점한 상태. 하지만 김기태의 마음은 느긋하기만 하다.
팀승리를 위해 열심히 치다 보면 홈런왕이 되는 것이지 욕심만 많다고 타이틀이 굴러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1호 축포를 날린 광주 해태전이 끝나고도 김기태의 기분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홈런을 때렸음에도 불구하고 팀이 1대6으로 져 빛이 바랬기 때문이다.
팀이 지고나면 아무리 홈런을 많이 때려도 소용이 없는 법.
더구나 자신의 부진 때문에 팀이 올시즌 첫 3연패를 당했다는 생각에 절치부심이다.
그동안 특별히 장타를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밸런스가 무너지며 타격페이스가 떨어져 주포의 체면을 세우지 못했다.
타율은 2할5푼（52타수 13안타）에 그쳤고 타점도 창피한 수준인 겨우 7개에 불과했다.
타순도 4번에서 밀려나 5번이나 6번에 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번 홈런을 계기로 그동안 흐트러졌던 타격밸런스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부진에서 헤매던 김기태가 시즌 첫 홈런을 발판으로 무너진 4번타자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