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 관전평] 157km 직구승부 '위풍당당'
기사입력 1997년 04월 30일 15시 12분
LA 다저스 박찬호는 정신적으로나 투구내용 등으로 볼때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의 애틀랜타를 맞아 결코 뒤지지 않는 당당함으로 맞섰다.
특히 박찬호는 6번 하비 로페스와 8번 제프 블라우저를 제외한 7명의 타자가 왼손이었지만 힘있는 직구로 공략했다.
`칠테면 쳐보라'는 식의 직구는 158㎞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해 애틀랜타 타자들을 압도했다.
박찬호는 1회가 시작되면서 4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까다로운 톱타자 캐니 로프튼을 풀카운트에서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안정을 찾았다.
올시즌 첫 선발 등판의 긴장감과 부담감을 씻어내면서 박찬호의 구위는 더욱 위력적으로 나타났다.
1회말 1사후 애틀랜타의 2번 마이클 터커는 박찬호의 힘에 밀려 거듭 파울볼을 날리다 빠른 몸쪽 직구가 들어오자 가만히 선 채 삼진을 당할 정도였다.
박찬호는 내외야에서 환호하는 교민들의 응원에 잔뜩 고무돼 이닝이 거듭될수록 침착하고 힘찬 동작으로 애틀랜타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박찬호가 2회말 선두 4번 프래드 맥그리프에게 내준 첫 내야안타는 장타를 의식한 내야들의 깊은 수비 때문이었다.
이어 5번 라이언 클래스코에게 4구를 내줘 무사 1, 2루가 됐지만 박찬호는 한껏 성숙된 위기 극복력을 나타냈다.
6번 하비 로페스를 공 3개로 삼진으로 잡아내며 올시즌 첫 승리의 청신호를 밝힌 것.
박찬호는 다저스가 2_0으로 앞선 3회말 1사후 1번부터 3번까지 연속 4구를 내주며 제구력이 흔들렸는데 승리를 지켜야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 탓이었다.
4회 로페스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박찬호는 평정을 잃지 않고 자신있게 던져 메이저리그의 특급 투수로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