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나! 이영애 맞아'
기사입력 1997년 04월 30일 13시 51분
`애비 에미 죽어 땅에 묻고 동생들을 위해 몸팔고 술파는 싸구려 작부, 이제 내 몸담을 관값만 모이면 더러운 세상 미련없이 뜨겠다.'
`산소같은 여자' 이영애(26)가 작부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질펀한 연기를 펼친다.
`미망' 후속으로 오는 7일부터 방영될 MBC TV 새 수－목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연출 박종)에서 보여줄 술집 작부 `정애숙'.
70년대 마포 재개발지대를 배경으로 밑바닥 서민층의 얘기를 애틋하게 그려낼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이다.
그녀가 연기할 애숙은 노름꾼인 아버지에 이끌려 술집으로 팔려온 뒤 살아가는 일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허무주의자.
하지만 조무래기 깡패에서 도박꾼으로 뒤틀린 야망을 키우는 진구(손창민)가 나타나고 비슷한 처지의 그를 통해 사랑에 눈을 뜬다.
도박세계에서 끌어내려는 그녀의 노력이 눈물겹다.
"워낙 개성이 강한 역할이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물론 이번 작품을 하면서 비로소 연기다운 연기를 한다는 느낌도 들구요."
올초 MBC TV 미니시리즈 `의가형제'에서 깨끗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내과전문의 차민주를 연기했던 그녀의 대조적인 변신이 이채롭다.
색다른 배역에 대한 애착도 특별하다.
지난해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찍은 데뷔 영화 `인샬라'가 기대이하의 반응을 얻으면서 다소 의기소침했던 그녀에겐 분위기 반전을 위한 모처럼의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
한 마디로 뚝뚝 묻어나는 `끼의 연기력'을 보여주겠다는 욕심이다.
이영애는 `내가 사는 이유'에 캐스팅되면서 그동안 출연해온 MBC TV 주간드라마 `간이역'을 그만두었지만 몸은 더욱 바빠졌다.
영화 `인샬라'에 출연하며 휴학했던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 복학, 1주일에 이틀은 스케줄을 빼내야 하는 형편.
또 `롯데삼강' `신원베스띠벨리' `태평양 헤라'등 전속중인 세 편의 여름용 CF를 새로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