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할머니] 일본인 아들과 극정상봉
기사입력 1997년 04월 29일 15시 22분
"어머니, 살아 계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는 50대 중반인 아들의 일본말 문안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눈빛으로 받아들였다.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갈풍리 조순옥할머니（80）는 28일 오후 7시 원주공항에서 어머니의 나라를 찾은 아들 야마모토 쇼이치씨（55·일본 이바라기 현）와 눈물의 재회를 했다.
지난 45년 8·15해방과 함께 일본인 남편과 세살난 아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홀로 살아 온 조씨가 52년만에 아들과 극적인 상봉을 한 것.
조씨는 지난 33년 15세를 갓 넘긴 나이에 고향인 횡성군 갑천지서의 나이많은 순사였던 야마모토 단이치와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으나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는 남편을 따라가지 않고 홀로 고향에 남았다.
60년대초 남편의 사망소식에도 흔들림이 없던 조씨였지만 최근 몇년간 세살때 헤어진 이후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들을 만나야겠다는 모정을 떨치지 못하고 아들찾기에 나섰다.
조씨는 횡성군과 마을 인근 수녀원장의 도움으로 1년간의 추적끝에 최근 아들의 주소를 확인, 이날 만나게 됐다.
야마모토씨는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는 편지를 받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언제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계셔서 정말 기쁘다"며 어머니의 거친 손을 꼭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