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명퇴자의 '회사돕기'
기사입력 1997년 04월 29일 15시 22분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세상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 두 종류로 돼 있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이 세상 사람들을 다시 분류해야 한다.
그렇다면 세상사람들을 자장면을 좋아하는 사람과 자장면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나눠야 하느냐구? 그것도 아니다.
뇌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구분해서 둘로 분류해야 하느냐구? 그것 역시 아니다.
바로 명퇴자와 비명퇴자, 둘로 나누면 되는 것이다.
당한 사람이 안당한 사람 수만큼 육박해서 거의 반반이니 `명'과 `비명'으로 구분하면 될 것 같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명퇴자가 뭐 그리 많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많다. 증거를 대겠다.
증1_최근 들어 우리의 절친한 친구 만득이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만득이는 조기 명예퇴직을 당해 집구석에서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귀신도 알아챘는지 그림자(?)도 안비치는 거였다.
만득이는 귀신과 자주 만났던 곳을 걸으며 그 추억에 젖어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완데이, 귀신이 털레털레 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귀신도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만득은 반갑지만 투정섞인 말로 "야, 귀신아！ 왜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하자 귀신의 맥빠진 대답. "흐흑흑！ 만득아 나두 전귀협(전국 귀신협의회)에서 명퇴 당했어. 너만 따라 다니느라 아무런 실적이 없었잖아."
증2_요즘 직장에서는 직장암수술이 한창이지 않은가.
물론 직장암(直腸癌)이라면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겠지만 직장(職場)의 암은 회사의 고용주가 쉽게 할 수 있게 돼 있다. 수술도구도 명퇴를 위시해 조퇴(조기퇴직), 황퇴(황당한 퇴직) 등 많다.
어느 명퇴자와 그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대화.
딸:"사람들은 직장에 다님으로써 가정과 사회 나아가 국가에 뭔가 보탬이 된다면서요?"
부:"네가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말을 하는구나."
딸:"아빤 얼마전부터 회사를 안 가시니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거죠?"
부:"(슬퍼 애조를 띤 음성으로)아니다. 직장의 사장이 그러는데 내가 그냥 집에 있는 것이 회사를 돕는 거라고 하더구나！ 에…난 지금 가정과 사회를 위해서 큰일을 하고…흑흑…있단다. 꺼이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