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스또메르] 국내 연극무대 초연
기사입력 1997년 04월 29일 15시 22분
세계적으로 무대 형상화가 어렵다고 평가되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홀스또메르'가 국내에서 초연된다.
극단 유인촌레퍼토리는 오는 5월 10일부터 6월1일까지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는 것.
`말(馬)의 눈을 통해 모순에 가득찬 인간사회의 어리석음을 통렬히 비판한 이 무대는, 배우들이 극중 인물과 말의 역할을 동시에 표현해내야 하는 등 고난도의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무대다.
`삶이란 무엇인가'의 문제와 함께 죽음, 권력자의 횡포 등에 대한 톨스토이의 관찰과 사색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병에 걸려 도살 위기에 처해 있는 늙은 말이 이틀밤에 걸쳐 자신의 생애를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홀스또메르는 훌륭한 말이지만 얼룩말이라는 이유로 천대를 받다가 공작에 의해 간택돼 그의 소유말이 되면서 경마에서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한다.
그러나 어느날 공작의 애인을 추적하기 위해 밤길을 달리다 다리가 부러지자 말상인에 팔려나가게 되고, 농부, 집시 등을 거쳐 자신이 태어났던 마굿간으로 되돌아온다.
마굿간에서 젊은 말들은 늙고 병든 홀스또메르를 천대하며 우연히 만난 늙은 공작도 홀스또메르를 알아보지 못한다. 결국 홀스또메르는 명마로서의 행복한 시절을 회상하며 도살된다는 게 극의 흐름.
결국 중후하게 늙을 수도 있고, 추하게 늙을 수도 있고, 때론 가련하게 늙을 수도 있다는 점을 그려낸다.
특히 배우들은 말로 분장하지 않고 재갈과 손에 쥐는 말꼬리 등을 이용해 연기를 하게 되며, 5인조의 집시악단이 라이브 음악으로 생생한 현장분위기를 전달해 눈길.
연출을 맡은 이병훈씨는 "이 작품을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라면서 "인간 삶의 진정한 행복과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충분히 관객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문학 전공학자인 함영준교수(단국대)가 번역을 맡아, 원작을 정교하게 다듬은 것도 특징. 극단 대표인 유인촌을 비롯, 연기파 배우들인 송영창 권성덕 정규수 방은진 등 20여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일 오후 3시30분, 7시30분. (02) 3444－0651
